[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비율인 전월세전환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전월세전환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전세에 비해 월세 부담이 낮다는 의미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세는 매물이 없어서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월세는 공급이 많아져서 가격이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돼 예금금리가 낮은 상태에서 유지되고 있고 임대인(집주인) 입장에서는 월세로 받는 게 유리하다 보니 월세 공급이 많아져 월셋값이 약보합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맞는 분석일까. 일단 요즘 전월세시장에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감도와는 동떨어진 견해라는 건 분명하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금에서 월세보증금을 뺀 값을 연간 임대료로 나눈 후 100을 곱해 백분율로 표시한 값이다. 즉 월세가격이 안정돼 분자인 연간 임대료가 낮아지면 전월세전환율은 떨어지게 돼 있다.
분모가 커져도 전월세전환율은 낮아진다. 전세금이 높아지면 분모는 커진다. 결국 전셋값이 급등할 경우 필연적으로 전월세전환율이 낮아진다. 월세가 전셋값 상승분을 초과할 경우 전환율이 높아지겠지만 다달이 현금을 지출하는 월세시장의 특성상 그렇게 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금같은 시장 분위기에서 전셋값 상승은 그만큼의 월셋값 상승보다 시장의 저항이 작다. 보증금 비중은 높이고 월세 비중을 낮춘 반전세가 늘어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같은 현상에 대해 해석의 차이를 보이는 사례는 더러 있다. 정부는 이달 말께 '2014년도 주거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격년 단위로 발표하는 이 자료는 주거 수준이나 환경, 만족도 등을 표본 조사한 결과로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세우는 기초 자료로도 활용한다.
공식 발표 전에 정부가 맛보기로 내놓은 내용을 보면 지난해 자가주택보유율은 58.0%로 2년 전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설문조사에서 '내 집을 꼭 마련하겠다'는 응답도 79.1%로 2010년 83.7%에 비해 4.6%포인트 낮아졌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내 집 마련에 대한 인식이 변했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기업형 민간임대주택(뉴스테이) 정책이 필요하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달리 해석될 여지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맞벌이 생활로 그나마 경제력이 왕성한 주변의 30대 직장인 부부 여러 쌍의 얘기를 들어봤다. 정부의 해석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반드시 내 집을 소유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만큼이나 "내 집 마련은 언제 가능할지 모를 일"이라는 불안감이 컸다. 자가주택보유율이 떨어진 조사 결과를 보고 국민들의 인식이 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가주택보유자의 일부가 세입자로 전락하는 등 그만큼 생활이 곤궁해졌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지난해에 정부는 줄곧 내년이면 전셋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 거래가 늘면 전셋값이 안정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거래가 늘면서 오른 집값이 다시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악순환도 시작됐다. 정부가 애써 긍정적인 해석만 내놓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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