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최근 일주일 정치권을 완전히 삼켰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논란이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 통과 이후 국민권익위원회가 즉각 시행령과 예규를 제정해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내년 10월 법 시행 이후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혼란은 김영란법 8조3항의 금품수수 금지 예외조항에서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항은 김영란법이 금품수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가족·대인관계까지 지나치게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금품을 받아도 처벌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담고 있지만 법 시행 이후 해석 여부에 따라 의견이 분분할 가능성이 크다.
8조3항에는 공공기관 혹은 상급 공직자가 제공하는 위로ㆍ격려ㆍ포상금을 비롯해 공직자 친족이 제공하는 금품, 직무와 관련된 공식행사에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이 포함돼 있다.
법안에 나온대로라면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해외에서 열리는 공식행사에 참석해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교통, 숙박, 음식물을 제공받는 것은 금품수수 예외 규정에 해당된다. 총합이 100만원을 넘어도 처벌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문제는 직무연관성과 교통, 숙박 비용의 통상적인 범위를 법 적용의 주체인 검찰이나 경찰이 공직자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직자 본인은 직무와 관련이 있고 비용도 통상범위에 속한다고 판단해도 검경의 견해가 다를 경우 얼마든지 문제삼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외 공식행사 일정에 관광이 포함됐다고 할 때, 해당 공직자는 전체 일정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 받아들일 수 있지만 검경은 직무와 상관이 없는 일정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향우회, 친목회, 종교활동 등으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친분관계를 맺은 사람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공직자를 도와주는 것도 액수와 상관없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모호하다. 비교적 큰 액수를 건네 도울 경우 '얼마나 어렵길래 그렇게 많은 금품을 건네냐'는 문제로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예외규정은 공직자가 할 수 있는 사안을 나열한 만큼 이 조항을 둘러싼 오해와 해석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예외로 허용한 금품수수 규모는 법 시행 초기에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면서 "사례가 쌓이다보면 통상 허용되는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법례가 축적되기 전까지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외에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목적의 금품 규모'도 논란이 예상된다. 법안에는 대통령령으로 한도액을 정하도록 했는데, 결과에 따라 사회·경제적 파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공무원행동강령에는 식대가 1인당 3만원을 넘어서는 안된다고 규정돼 있지만 그 기준이 합리적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수준이 적정선인지를 놓고 법 시행 전까지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