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정책포럼에서 내놓은 경제 소견이 시선을 끈다. 경제현실의 진단과 전망을 놓고 '지나친 낙관론 아니냐'는 비판을 들었던 그가 시장의 주장에 접근하는 목소리를 낸 때문이다. 추락하는 경제지표에 반응한 것인지, 기준금리 인하 등을 유도하기 위한 간접화법인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경제팀 수장의 달라진 현실 인식은 정책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물가에 대한 최 부총리의 시각부터 그렇다. 그는 "저물가 상황이 이어져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물가는 담뱃값 인상분을 빼면 마이너스라는 말도 했다. 한 달 전 국회 업무보고에서 "물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져야 디플레이션" 이라면서 "지금은 디스인플레이션"이라고 주장했던 것과는 온도 차가 있다.
그는 성장에 대해서도 "고도성장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성장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국민을 내세웠지만 최 부총리의 자문자답은 아닐까. 올해 성장목표 달성의 어려움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들린다. 대다수 경제연구기관이 성장률을 3% 초중반으로 전망했으나 정부만은 줄곧 3.8%를 고집했다.
최 부총리가 경제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했다면 다행이다. 진단이 정확해야 올바른 처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초이노믹스'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기는 이르다. 취임 이후 쏟아낸 정책의 약발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얼어붙은 내수소비는 정책 신뢰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나라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리고, 기름값이 떨어졌다. 그런데 왜 소비는 늘지 않는가. 설사 여유가 생겼더라도 미래가 불확실하면 지갑을 열지 않는 게 경제심리다.
최 부총리는 임금 인상을 기업에 촉구했다. 내수진작에 임금 인상은 유효하다. 경기회복엔 금리 인하도 필요하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될 게 있다. 향후 경제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투자도 하고, 임금도 올리고, 풀린 돈도 돈다. 큰 선거가 없는 해, 경제의 골든타임이라고 했던 올해 들어 최경환 경제팀은 무엇을 했나. 정부부터 중심을 잡아야 한다. 달라진 현실에 맞는, 보다 과감하고 효과적인 전략이 필요한 때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