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대표, '20일 주주와의 대화' 직접 진행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주주총회 하면 고성과 몸싸움이 연상된다. 이른바 '주총꾼'들이 주총장에서 경영진들에게 묻지마식으로 횡포를 부리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매년 3월 주총 시즌이면 주요 기업 주총장에서 몇몇 주총꾼이 소리를 지르면 회사 측 관계자가 밖으로 끌고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국회의 모습과도 같다. 주총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굳어진 이유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올 주총에 메스를 댄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주 대표는 이 같은 주총 문화를 확 바꾼다. 그렇다고 주주들의 입을 막진 않는다. 건전한 토론 문화를 주총에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주주와의 대화'를 도입해 주총을 토론과 대화의 자리로 만든다.
5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주 대표는 오는 20일 주총에서 주주가 질문하면 이에 답하는 형식의 코너를 직접 진행할 방침이다. 지난 2월 말 주 대표와 임원과의 토론 끝에 '열린 주총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이는 주총 본연의 의미를 되살리고 주주들의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주 대표의 강력한 의지에서 나왔다.
다만 아직 질문자 선정, 진행 시간 등 구체적인 진행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정해지지 않았다. 한화투자증권은 이에 대한 윤곽이 잡히는 대로 주주들에게 초대장을 보낼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소위 말하는 주총꾼 등 의도적으로 악의적인 질문을 퍼붓거나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가이드라인을 확정하는 데 경영지원실의 고민이 크다"며 "최선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주 대표가 주총 문화를 바꾸겠다고 나선 데는 그간 주총이 형식적인 행사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까지 53번의 주총을 열었지만 주주의견을 듣겠다고 작정한 자리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3월 열린 주총에서도 재무제표 승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 안건을 처리하는 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와 관련 주진형 대표는 "짜여진 각본대로 하는 주총은 잘못됐다"며 "주주와의 대화를 통한 열린 주총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 대표의 이 같은 실험은 그의 책임경영 철학에서 나온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 책임경영 일환으로 자사주를 매입했다. 자사주 20만5700주를 7억6530만원에 매입해 1억3155만원(17.2%)의 평가차익을 얻었다. 그의 이 같은 책임경영 실천은 실적으로도 나타난다. 주 대표 취임 후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영업익 125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흑자 전환했다.
한편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주총부터 주주와의 대화와 함께 전자투표도 도입한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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