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장에 이병호 울산대 교수(전 국정원 2차장)를 27일 임명했다. 국정원을 떠난지 20년만에 복귀한 셈이다.
이 내정자는 육사 19기로 1970년 중령으로 예편한 군출신이다. 이후 국정원(당시 중앙정보부)에 입사해 줄곧 해외파트를 담당하며 주로 미국에서 근무를 해왔다. 이 기간에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안보학 석사를 받을 정도로 학구파로 알려졌다. 또 미국 현지에서 동아시아전략을 담당해 이분야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정자는 국정원 국제국장, 주미국 참사관과 주미국공사, 주말레이시아 대사, 외교통상부 본부대사 등을 역임했다.
이병호 신임국정원장은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떠들석 했던 지난해 초 한 언론에 기고문을 통해 ‘국정원 인사운영의 정치성’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기고문을 통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를 예로들며 “국정원 문제의 본질은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아니라 국정원 운영의 정치성에 있다”면서 “정치성 인사는 임명권자에 대한 충성을 우선시해 정치 관여의 개연성이 자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어 국정원 댓글 사건이 불거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정원장 인사에 대해서도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최근 16년 간 국정원장은 10번 바뀌었다”면서 “이 수치는 국정원 운영의 정치성을 단적으로 상징한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장이 비(非)군인 출신 국정원장에서 군인 출신으로 자리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 정부에서는 남재준 전 원장 군 출신이었지만 1년2개월 만에 사퇴하게 됐다. 육군사관학교출신 원장들 중에서는 가장 장수했지만 역대 원장들에 비하면 단명한 셈이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현재까지 국정원장에 취임한 사람은 남 전 원장을 제외한 17명이다. 이 중 민간인은 10명, 육사출신은 7명이다. 최장수 재임기간을 기록한 원장들은 모두 민간인 출신이다. 30대 원세훈 전 원장(4년1개월)을 비롯해 17대 서동권(2년6개월), 26대 고영구(2년3개월), 25대 신건(2년1개월), 20대 김덕(1년10개월) 전 원장 등이다. 반면 육사출신 원장들의 재임기간은 짧았다. 19대 이현우 전 원장(4개월)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20대 천용택(7개월), 16대 박세직(7개월) 전 원장이 손에 꼽힌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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