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남자를 회사형 인간, 여자를 사회형 인간이라 규정짓는 경우가 많다. 왜일까?
남자는 경제활동기간 중 직장에 몰입하고 직장에서 맺는 인간관계가 거의 다인 경우가 많고 여자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다양한 모임들을 통해 관계의 '바운더리(boundary)'가 넓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남자와 여자가 은퇴를 맞이하게 된다. 회사형 인간으로만 살아온 남자는 은퇴 후 그 많은 시간, 함께 할 친구가 많지 않다. 여자는 예전보다 더 깊어진 여러 '관계'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느라 하루하루 바쁘다. 종종 회사형 인간인 남자와 사회형 인간인 여자의 충돌은 그래서 은퇴 후 부부관계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은퇴 후 남자를 희화한 말 중 '여보 나도족'이란 말이 있다. 여자가 치장하고 나갈 때 남자는 '여보~나도~' 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라나.
곰국 끓여 놓고 나가는 아내를 부러움과 두려움으로 바라보는 남편의 모습을 그린 광고가 웃음을 자아낸다. 은퇴 이후 남자를 '젖은 낙엽'이라 표현한 일본의 이야기는 초고령사회 일본남자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여자에 비해 다양한, 좋은 관계 형성에 실패한, 그래서 은퇴 후 남자들의 무기력하고 쓸쓸한 모습을 그린 이야기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은 왠지 모르게 짠하다.
우리는 인맥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인맥은 그 강도에 따라 '강한 유대관계(strong ties)'와 '약한 유대관계(weak ties)'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가족, 가까운 친척, 아주 친한 동료, 친구 등이 강한 유대관계에 해당된다면 취미, 동아리, 사교모임, SNS등을 통해 알게 된 지인들이 약한 유대관계에 해당될 것이다. 직장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많이 형성해온 남자들에 비해 여러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가 더 많았던 여자들은 약한 유대관계형성에 더 능한 경향이 있다.
어느 것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이 차이는 은퇴 후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깊고 끈끈한 그러나 한정된 소수와의 관계보다 약할 수는 있지만 유쾌하고 새롭고 다양한 관계가 많은 시간 즐거움과 시간활용, 이로 인한 만족, 행복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은퇴 이후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 형성'으로 활기찬 삶을 살고 싶다면 지금부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좋은 관계 저축'에 힘써야 한다. 이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友)테크해야 한다. 끝까지 함께 할 친구를 만들고 관리하고 확장하고 가꾸는 일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이를 위해 작은 것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우테크를 위한 재미있는 실천사항 10가지가 자주 회자되곤 한다.
1. 일일이 따지지 말라
2. 이 말 저 말 옮기지 말라
3. 삼삼오오 모여 살아라
4. 사생결단 내지 말라
5. 오!예스!하고 받아 들여라
6. 육체 접촉을 자주 하라
7. 7할만 이루면 만족하라
8. 팔팔하게 움직여라
9. 구구한 변명 늘어놓지 마라
10.10%는 베풀면서 살아라
오늘부터 당장 실천하자. 쓸쓸하고 고독할 수 있는 은퇴 후의 삶을 생기와 활기로 바꾸어 줄 것이다.
글=박원주 행복가정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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