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삶에 대한 관심이 높다. 유사 이래 처음 겪는 고령화, 저출산, 저금리의 늪은 은퇴 이후 삶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30~40년이 훌쩍 넘을 수도 있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들 한다. 그런데 그 구체적 준비 이전에 먼저 선행되어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다. 바로 '상상'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은퇴 이후 삶을 먼저 생생히 그려보는 것이다.
출근을 위해 분산 떨 필요 없는 아침, 직장동료보다 얼굴 볼일 적었던 배우자 얼굴 매일 보기, 스케줄로 빼곡했던 다이어리가 아닌 여백이 더 많은 다이어리, 쉴 새 없이 울려대던 휴대전화 대신 하루 종일 조용한 그래서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휴대전화, 매월 통장 잔고를 바라보며 내쉬는 한숨 등등. 75세 어느 하루 속의 내 모습이 낯설다면, 그리고 측은하게 생각된다면 여러분은 지금 어떤 노력을 하고 싶은가?
성공적 은퇴 이후의 삶을 위한 키워드 3가지를 필자는 '일, 사람, 돈'으로 꼽겠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당연 '일'이다. 일은 은퇴 이후 필요한 모든 요소를 충족시켜 줄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일! 일은 자신의 존재가치 발현을 위한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일은 지속 성장을 돕는다. 매슬로우의 인간의 욕구 5단계 중 최상위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삶이 다하는 날까지 지속시켜 줄 가능성이 높다. 또 일은 건강한 인간관계, 마르지 않는 소득의 원천이 된다.
사람! 노인자살률 인구 10만명 당 81.9명, OECD 가입국 중 1위, 노인 자살은 빈곤도 주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외로움이 가장 큰 요인으로 주목된다. 인간의 관계의 동물이라고 했다. 가족, 친구들 간의 관계 속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기에 은퇴 이후 행복한 삶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사람이다.
돈!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2012년 기준 48.5%로 이 또한 OECD가입국 중 1위이다. 돈은 삶을 위한 기본 수단이다. 수명의 불확실성이 필요한 돈의 규모예측을 어렵게 하지만 은퇴 이후 삶에 매월 생활비뿐만 아니라 의료자금 등 비상자금의 확보는 은퇴 이후 삶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는 긴 삶을 상상하고 그 삶에 꼭 필요한 사항을 인지했다면 이제 남은 것은 행동이다. 30~40년 이상의 삶의 위한 준비는 체계적이고 단계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에 더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일이라면 지금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을 탐색하는 일부터, 부족한 부분이 사람, 즉 인간관계라면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을 잘 챙기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은퇴 이후 원만한 부부관계는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이다. 부족한 부분이 돈이라면 3층 연금체계를 다시 점검해보고 현재 삶을 위한 자금을 조금 양보하여 부족한 은퇴 생활비를 위한 저축, 투자부분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글=박원주 행복가정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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