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남북관계 경색으로 당국 간 대화,이산가족 상봉,민생·환경·문화 통로 개척 등 정부의 올해 통일정책 추진전략들이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좌초되는 위기에 놓이고 있다. 경색 돌파 해법을 놓고 남북한이 첨예한 이견을 보이고 있어 시계는 제로 상태에 빠졌다.
통일부에 따르면, 대한적십자사는 11일 오전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통해 분유 25t을 지원하겠다는 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하려 했지만 북측은 이이에 호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분유는 한적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회가 모금한 재원으로 마련한 것이다. 이 위원회는 2009년에도 북한에 20t의 분유를 지원했다.
북한은 수령 거부이유를 밝히지 않은채 통지문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지난해 12월29일 제의한 남북대화에 대해서도 묵묵부답한 채 대남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11일 특별 성명을 내고 "남조선당국이 겉으로는 대화를 운운하면서 조미관계와는 별개로 북남대화를 추진할 것처럼 여론을 오도하고있다"면서 "북남관계를 대미관계의 종속물로 만들려고 날뛴다면 민족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그동안 5·24조치의 해제,금강산관광 재개,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대북전단 살포중지 등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5·24조치 해제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5·24조치는 북한의 천안함 도발에 따른 것으로 , 우리국민이 납득할 책임있는 조치를 북한이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대화에 나오기 전부터 부당한 전제조건을 내거는 것은 올바른 대화의 태도가 아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처럼 남북 당국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설계기 남북이산가족 상봉은 무산됐고 남북 대화의 가능성은 그만큼 좁아졌다.
민간 단체의 대북 지원도 북한 측의 소극적인 호응으로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지난해 남북협력기금 3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공모를 벌여 13개 단체 17개 사업을 선정했지만 현재까지 자금이 집행돼 지원물품이 반출된 것은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 문화 교류도 전면 스톱상태다.
향후 전망도 밝지 못하다.3월에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인 키리졸브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북한은 이를 빌미로 로켓발사 등의 도발을 감행해 긴장수위를 높일 것으로 정부 당국은 예측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경색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남북한이 상대방이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한 목표에 집착한다면 남북관계는 분단 100년이 지나도 의미 있는 발전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남북관계의 발전과 통일은 남북한이 더 현실적이고 실용주의적인 태도로 공존과 공영, 협력의 확대를 모색할 때에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한 천안함 폭침 사과를 기다리며 5·24조치를 고수하고 있을 게 아니라 그 제재 효과가 더욱 미미한 수준으로 떨어지기 전에 남측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약 7만 명 전원의 북한 가족 생사확인,서신교환과 교환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제언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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