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이 선호하는 화폐는 북한 '원'이 아니라 달러와 위안화인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 당국은 미국을 맹비난하고 있지만 평양은 사실상 달러 경제권이며, 지방은 위안화 경제권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 당국자는 10일 기자들을 만나 '북한에서 외화 통용되는 것은 어떻게 파악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평양은 거의 달러 경제권이며 국경지역이나 나진 선봉 특구 등은 중국 위안화 경제권"이라고 답했다.
그는 "나머지 북한 각 지역도 북한 화폐를 믿지 못하고 달러나 중국 위안화를 더 신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장마당에서는 달러나 위안화가 통용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북한에서는 "수령님, 원수님보다 더 위대한 것이 달러화"라는 말도 나돈다. 그만큼 북한에서 달러 사용은 일반화돼 있다는 뜻이다.
물건 판매자 측이 위안화나 달러를 더 원화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도 외화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도 재산 축적도 북한 원화가 아닌 위안화나 달러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 주민들은 은행을 믿지 못해 달러 뭉칫돈을 보관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북한 소식통은 "무역박람회가 열리는 달러 현금 다발을 갖고 와서 물건을 사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은행 불신으로 달러가 은행으로 들어가지 않고 시중에서 돌고 도니 헌 지폐가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대외 반출이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이에 따라 중국을 방문하는 북한주민들은 유통 중 헌 달러를 몰래 갖고 나와 새 달러로 바꾸기도 한다.
북한 당국도 이런 사실을 알고 예금과 적금,신용카드,물놀이장 개장 등을 통해 숨어있는 달러와 위안화를 흡수하려고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의 김천균 조선중앙은행 총재가 지난 3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와 가진 인터뷰와 일맥상통하다. 김 총재는 "현재 나라의 경제건설에서 제기되는 자금수요를 국내의 자금을 원활하게 회전시키는 방법으로 충족시켜 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그 일환으로 새로운 금융상품의 개발, 인민생활 영역에서 카드 이용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돈을 은행에 예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예·적금 상품을 개발하고, 물건을 구매하는 데서도 카드를 이용하게 해 은행을 거치도록 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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