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상, 반기업 정서, 전경련의 낮아진 위상
향후 2년간 경기 회복, 조직 활성화 주력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허창수 GS그룹 회장(사진)이 10일 제 35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재계의 얼굴'인 전경련 회장직을 3연임하게 된 허 회장은 이날 회장단 구성을 기존 30대 그룹에서 그 이상으로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
허 회장이 이끄는 '전경련 3기'는 향후 2년간 창조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규제완화 등 경기 회복을 위해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3연임과 함께 전경련의 외연 확대에 성공하면서 과거에 비해 다소 위상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전경련 조직을 다시 활성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0일 제54회 정기총회를 열고 허 회장을 35대 회장으로 재선임했다. 이로써 2011년 2월 조석래 효성 회장의 뒤를 이어 두 차례 임기 2년의 전경련을 이끌어온 허 회장은 앞으로 2년간 세 번째 회장직을 맡게 됐다.
당초 허 회장은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재계 원로들을 포함한 회장단에서 재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아 전달하자 지난 5일 수락을 결정했다.
차기 회장 출마 의사를 밝힌 재계 인사가 딱히 나타나지 않아 마땅한 대안이 없는 가운데 허 회장은 그간 재계 현안을 두루 챙기는 등 회원사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무난하게 전경련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재추대가 유력시돼왔다.
문제는 현재 전경련의 현실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2년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최근 시행된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추가적으로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법인세 인상에 대한 논의마저 불거지면서 각 기업들이 헤쳐 나가야 할 걸림돌이 산적한 상황이다. 또 땅콩 회항 사건 등으로 인해 반기업 정서마저 확산되면서 위축된 기업인들의 사기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론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외부적인 요인 이외에 전경련 내부적인 고민도 크다.
전경련 회장직은 한때 '재계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명예로운 자리였지만 현재는 부담스럽기만 한 자리로 전락한 상황이다. 최근 4대 그룹 총수의 경우 전경련 회의에 불참하는 것이 다반사다. 허 회장의 재추대 배경에는 주요 그룹 오너들이 맡기를 꺼렸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경련은 21명의 회장단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사실상 유고상태여서 허 회장의 3연임을 계기로 회장단의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병중에 있고 최태원 SK 회장, 강덕수 전 STX 회장, 현재현 전 동양 회장은 재소자 신분이며, 김승연 한화 회장은 집행유예 상태다.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박용만 두산 회장은 지난해 전경련 부회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김준기 동부 회장은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다만 허 회장이 이날 전경련 외연 확대에 성공하면서 옛 위상 되찾기에 대한 청신호가 켜졌다.
전경련은 지난 2013년 11월 회장단 월례회의 직후 "경제계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30대 그룹ㆍ제조업 중심으로 꾸렸던 회장단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회장단 가입 자격을 기존 30대 그룹 총수에서 50대 그룹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영입전을 펼쳤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정부는 물론 회원사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허 회장 외에 마땅한 인물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허 회장이 규제 완화와 일자리 창출은 물론 이전에 비해 다소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전경련 위상도 끌어올리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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