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주택정비사업 A~Z] <1>작지만 큰 사업
낡은 주택 소규모 개발 … 3년이면 새단장
비용절감에 추진위 절차 없어 … 중랑·동대문구 등 채택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벽에 금이 가고 담장이 기울어진 저층 주택들은 서울 도심에 쉽게 눈에 띈다. 도심 빌딩숲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장마철엔 빗물이 스며들고 겨울엔 찬바람을 막기 어려운 노후 단독주택 군락이 적지 않다. 이에 정부와 서울시 등은 주민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면서 도시미관을 개선하는 대안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대규모 전면철거 후 고층 아파트 건설 방식에서 벗어나 주거공동체를 보존하면서 작은 단위로 정비사업을 벌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제도도입 4년차에 접어든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좀처럼 성공사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거주민이나 개발사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해서다.
아시아경제신문과 더나은도시디자인연구소는 첫발을 떼기 시작한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공동기획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려 쾌적한 도시 환경과 행복한 주거문화가 만들기를 희망한다. <편집자주>
서울의 350만가구 중 60% 가량이 아파트에 거주한다. 나머지는 단독주택이나 연립, 다세대 등에 거주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의 주택이 노후돼 있다.
낡은 주택을 개선하는 일은 간단하다. 헐고 새로 지으면 된다. 하지만 홀로 새 집을 짓는다고 주거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 협소한 도로, 공원 하나 없는 삭막한 주거환경은 그대로다. 그래서 정부는 1만㎡ 이상을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해 정비계획에 따라 대단지 아파트로 만들 수 있게 했다.
서울 등 곳곳에서 뉴타운 개발이 광범위하게 진행된 이유다. 그런데 뉴타운 바람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잦아들었다. 출구전략이 속속 제시되고, 상당수 지역에서 사업이 백지화됐다. 그 사이 더 낡은 집에 사는 거주자들의 생활기반은 악화됐다.
열악한 거주환경을 시급히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2012년 법 개정을 통해 대규모 재개발 대신 '가로(街路)주택정비사업'을 도입했다.
이 방식은 노후ㆍ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구역에서 종전의 가로를 유지하면서 소규모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재개발은 평균 추진 기간이 8년으로 길지만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길어야 3년을 넘지 않는다. 짧은 시간 안에 새 주택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추진절차는 과감하게 단순화했다. 토지 등 소유자 20호(세대) 이상이면 구역지정 요건이 된다. 조합원이 적어 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가 쉽다. 폭 6m의 도로를 경계로 삼아 몇몇 낡은 집을 묶어 개발한다.
기존 정비 사업에 있던 추진위 구성 절차는 생략된다. 역시 기간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기존 주택 가치에 따라 1가구 3주택까지 분양이 허용되기 때문에 소유주는 나머지 주택을 임대로 활용할 수 있다.
건축물간 이격거리 기준 2배 완화, 친환경 건축물에 대한 용적률 20% 추가 허용, 커뮤니티시설 지원, 건설공사비 융자 등까지 더하면 확실히 매력적이다.
최근에는 주민동의율 10% 이상을 충족할 경우 계획수립 컨설팅 비용 지원, 85㎡ 이하 미분양 주택의 매입보장 등 서울시가 연달아 각종 지원책을 내놓으며 사업채택 구역은 늘어나고 있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첫 조합설립 사례가 나왔고 동대문구 장안동, 송파구 송파동, 마포구 합정동, 서초구 양재동 등에서 추진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김만호 서울시 주거환경개선과 저층주거지관리팀장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성패는 주민들이 사업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참여할지에 달려있다"며 "각종 지원책을 제대로 활용하기 시작하면 사업이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움말=박혜련 책임연구원, 더나은도시디자인연구소(plus-urbandesign.com, 02-555-0330)
정리=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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