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증세없는 복지' 정책 기조 바꿔야"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장준우 기자] 여당이 제시한 '선별적 복지'와 '증세 가능성'이 정치권과 여론에서 확대 해석되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내부 의견 수렴이 먼저"라며 선긋기에 나섰다.
유 원내대표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정부와 청와대를 상대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무상복지·교육 재검토"라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는데 언론에서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느냐'에 오히려 초점을 맞추면서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 원내대표는 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증세 없는 복지' 기조에서 일단 벗어나자는 것"이라면서 "그 다음 단계에서 어떻게 할지는 이제 의견 수렴 과정에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선별적 복지와 증세 중 하나를 선택하기에 앞서 일단 증세 없는 복지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기조부터 바꾸는 게 순서라는 얘기다.
유 원내대표가 논란 차단에 나선 것은 복지와 증세 가운데 선택해야 하는 이분법적 논리에 초점이 맞춰지면 불필요한 논쟁만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는 "증세나 복지 축소 모두 국민적 저항이 심한 문제이고 정치적으로도 풀기가 어렵다"면서 "어느 쪽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당내에서는 경제통 의원들을 중심으로 복지와 증세에 대해 백가쟁명식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은 "소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모두 인상 여력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지출부터 조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복지는 필요한 쪽에 우선적으로 배정돼야 한다"고 덧붙여 선별적 복지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증세 없는 복지'라는 논쟁은 하나마나한 얘기"라며 "복지를 확대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유 의원과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세수와 보편적 복지 모두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원 확대를 통한 증세를 추진하겠다는 '박근혜식 증세'는 한계에 부딪혔다"면서 "보편적 복지를 손보는 것과 동시에 이제는 증세를 논의할 타이밍이 됐다"고 언급했다.
복지와 증세 논쟁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논란을 차단해야 하는 이유로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4일 열린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는 증세와 복지 논란이 자칫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참석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증세를 추진하면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 점을 모두 알고 있고, 복지도 줬다 뺏으면 민심을 잃을 수 있다는 부분에 참석자들이 공감대를 표시했다"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지출 누수를 막는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는 원론적인 얘기만 했을 뿐, 증세를 하겠다는 식의 언급은 비공개회의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여당은 내부 의견수렴을 거쳐 야당과 조세개혁과 복지 축소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제안한 범국민 조세개혁특위가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창구라면 환영한다"고 말했다. 조해진 새누리당 신임 원내수석부대표도 야당 제안에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장준우 기자 sowha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