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변화 불가피..당내 계파 움직임도 관심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장준우 기자] 유승민 의원이 19표 차이로 이주영 의원을 누르고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당선된 것은 '당이 국정운영을 주도해야 한다'는 열망이 반영된 결과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데다 여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면서 유 원내대표가 주장한 변화와 혁신이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2일 "국민 신뢰와 국정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당 중심으로 국정운영을 주도해야 당정청에 희망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에서 여소야대 형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 팽배했다"면서 "공천 쇄신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당대표에 이어 원내지도부까지 비주류가 장악하면서 당내는 물론 당청 관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변화와 혁신을 기치로 내건 만큼 당내 뿐 아니라 당청 관계도 일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계파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고, 당청은 주도권을 놓고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관심은 여당과 청와대 관계다.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겪지 못한 위기에 처해 있다" 면서 "당정청 관계에서 제대로 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며 대변혁을 강조해왔다.
일단 그의 공약대로 당이 주도하는 모습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김무성 대표 체제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김무성 대표 체제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당청은 원만 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는데, 같은 비주류가 원내까지 장악하면서 대청(對靑) 목소리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 원내대표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 김 대표와 각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던 정책 기조에도 상당부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 당선자는 "국민이 듣고 싶은 말 들을 수 있도록 과감하게 정책을 변화시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당장 현안인 증세와 개헌 문제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영향력이 줄어 드는 반면 당의 목소리는 커질 전망이다. 유 당선자는 증세문제와 관련해 "집권 후 2년간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할 것처럼 정부가 이 야기해왔던 게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여론조사에서 담배세 나 연말정산 세부담 인상에 대해 국민 80%가 증세라고 했다. 이런 점에 있어서 국민을 이기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개헌에 대해서도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개헌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유 당선자는 이 뿐 아니라 "총선에 앞서 교육, 노동, 복지, 보육 등 모든 정책 포괄하는 민생공약 다시 준비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대대적인 쇄신을 예고했다.
당내에서는 탈박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비주류 당대표 당선 이후 친박계가 위축된 것처럼 이번 원내대표 경선 이후에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종훈 평론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박계의 위기감이 높아질 것"이라며 "생존을 위한 계파 이동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 봤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장준우 기자 sowha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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