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 간 '정책조정협의회'와 청와대 내 '정책점검회의'가 신설됐다. 둘 다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열리는 회의체다. 청와대와 정부는 휴일인 어제 긴급히 '정책조정 강화 회의'를 열어 두 회의체를 신설했다. 최근 연말정산ㆍ연금ㆍ지방세ㆍ건강보험 등을 놓고 잇달아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며 혼선 빚기를 거듭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정책점검회의는 청와대 내 수석비서관들끼리 하는 회의다. 주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그동안엔 수석비서관들끼리 그런 회의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인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새로운 회의 이름까지 지어 내세우며 새삼스레 점검하겠다고 하니 호들갑스럽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라도 청와대 비서실의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비서실을 총괄 지휘하는 비서실장에게 좋은 보좌기능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달리 정책조정협의회는 청와대와 정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대등한 관계에서 운영된다면 모르겠으나 어느 한 쪽이 주도하려고 하면 탈이 날 수 있다. 그런데 이 회의체가 신설된 배경으로 보아 청와대가 정부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운영된다면 문제가 크다. 정부 부서 간 정책조율에서 국무총리와 경제ㆍ사회 두 분야 부총리의 역할과 책임이 약화될 수 있다. 장관들의 자율성도 떨어져 중요한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부총리와 국무총리를 건너뛰어 청와대의 눈치부터 보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정책혼선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정부에는 이미 정책조정을 위한 단계별 회의 체계가 존재한다.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가정책조정회의, 국무총리와 두 부총리의 협의회, 두 부총리가 각각 주재하는 관계장관회의가 그것이다. 게다가 여당ㆍ정부ㆍ청와대가 수시로 당정청회의를 열기도 한다. 회의체만 늘린다고 정책조정이 잘 되는 건 아니다. 최근의 정책혼선도 회의체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정책 자체의 불합리함, 정책 원칙의 동요, 국민과의 소통 부족 등이 더 큰 원인이다. 어떤 방식의 정책조정 기구든 바로 이 점을 각성한 상태에서 운영해야 한다. 정책조정도 궁극적으로는 정권안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복리를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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