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아시아 김대희 자문위원]
특목고냐 일반고냐는 고민을 간단하게 요약한다면 용의 꼬리가 나으냐, 뱀의 머리가 나으냐라고 많이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게 간단하게 요약될 만큼 간단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입시는 단순하게 일원화하여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성향이나 지망하는 학교와 학과, 진로에 따라서 변수가 매우 많은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특목고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학교 목적에 부합하는 학생에게 매우 우수한 커리큘럼,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있는 최고의 면학분위기, 상대적으로 우수한 교사진, 그로 인한 시너지효과와 공부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 등을 들 수 있지만, 반대로 내신관리가 매우 어렵고 학교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학생이라면 여러 가지로 어려운 부분이 발생하게 되며, 이러한 부분을 간과하고 진학한 학생들의 경우 중도탈락을 하거나 정시에만 올인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합니다. 정시 올인이 어찌보면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대학에 원서를 9장 넣을 수 있는데 자의반 타의반으로 6개를 포기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반고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최상위권에 들게 되면 다양한 혜택과 관리를 받을 수 있고, 내신관리가 특목고와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수월하며, 중학교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경우 수시전형에 대해서 포기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공부환경이 열악하고, 교육과정이 획일적인 부분이 있어서 맞춤식 지도가 쉽지 않다는 등의 변수가 있습니다.
정부에서 나오는 입시제도 개편이나 대학별 요강을 보게 되면 일면 일반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내신이 강화되고 논술을 포함한 대학별 고사는 날이 갈수록 난이도가 낮아지거나 비중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면, 등급별 점수의 차이는 거의 없어지고 있고, 어떤 대학의 경우에는 학생부 교과전형에서 3등급까지 만점을 주기도 하는 등 내신의 실질반영비율을 낮추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보여지며, 입학사정관 전형의 경우에도 내신을 점수화하여 반영하는 경우 4~5등급까지는 감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는 등의 모습이 보여집니다.
또한, 전체 대학 모집인원에 대비하면 논술은 전체 모집정원의 4%에 지나지 않지만, 상위 대학들의 경우에는 정원의 30~40% 정도가 논술전형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 역시도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입니다.
쉽게 말해서, 지방 국립대 이하를 진학하려고 하는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내신의 영향력이 매우 크지만, 상위권 대학과 서울권 대학에 진학하려고 하는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내신도 중요하지만, 논술을 포함한 대학별 고사와 서류평가로 대변되는 스펙의 영향력도 간과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중에서 논술이라는 부분은 과거에는 수능최저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일단 수능최저를 충족시키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논술전형은 특목고 학생을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일변도 맞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수능최저가 상대적으로 많이 낮아졌고, 일반고에서도 논술전형의 수능최저를 충족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학생과 학부모들의 인식은 “논술=특목고”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있고 처음부터 논술을 버리고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지금은 얼마나 착실하게 논술전형을 잘 준비해왔는가가 중요한 부분이지, 단순히 특목고 학생이라고 논술을 잘한다거나, 일반고 학생이니까 논술을 못한다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스펙의 경우에도 지금은 교내밖에는 반영하지 않습니다. 일부 교외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반영이 가능한 교외스펙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특목고 학생들의 경우, 교외스펙이 화려한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아이들의 역량이 우수한 부분도 있지만, 교내스펙을 취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일반고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게 된다면 교내스펙을 취득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지게 됩니다.
즉, 학생 개개인의 성적과 성취도수준, 목표대학과 학과, 진로, 아이의 학습 성향 등에 따라서 비록 성적이 낮더라도 특목고를 가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가 있고, 성적이 우수하더라도 일반고 진학이 독이 되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사실, 무엇보다 자녀를 잘 아는 사람은 아이를 몇 시간 상담하고 판단하는 입시컨설턴트가 아니라, 평생을 바라보고 지켜봐온 부모님들일 것입니다. 막연한 기대나 확대해석을 버리고 옆집 아이를 바라보는 기분으로 내 자녀를 관찰하고 판단한다면, 다른 사람보다는 훨씬 더 명확하고 정확하게 아이를 진단할 수 있고 진로나 진학에서의 선택도 가능할 것입니다.
미래교육컨설팅 김대희 소장 operation106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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