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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대 사기대출' 모뉴엘, 하룻밤 1200만원 향응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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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석 대표, 무보·수출입은행 관계자에 전방위 금품로비…검찰, 총 13명 기소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3조 4000억원에 달하는 사기대출을 일으킨 가전업체 모뉴엘의 대담한 행각은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 직원에 대한 전방위 로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모뉴엘은 중소기업 대출을 담당하는 공사 관계자 등에게 하룻밤에만 1200만원을 쏟아붓는 등 다양한 수법을 동원해 뇌물을 전달했다. 이 때문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던 실적을 바탕으로 수년에 걸쳐 천문학적인 금액의 사기대출을 받았다.


모뉴엘의 대출사기와 금융권 로비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박홍석 모뉴엘 대표(53) 등 회사 관계자 4명과 조계륭 전 무역보험공사 사장(61) 및 수출입은행 간부 등 뇌물을 받아 챙긴 9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25일 밝혔다. 미국으로 도피한 정모 전 무역보험공사 영업총괄부장(48)은 기소중지했다.

'3조대 사기대출' 모뉴엘, 하룻밤 1200만원 향응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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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따르면 모뉴엘은 사기대출을 받기 위해 회사 실적을 부풀리고 분식회계를 일삼는 등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국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을 속였다. 모뉴엘은 저가의 홈씨어터 컴퓨터(HTPC)를 고가인 것처럼 부풀려 허위로 해외수출한 뒤 수출대금 채권을 금융기관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3조 4000억원대의 여신을 제공받았다.

박 대표는 당초 회사 규모가 크지않아 대출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판단, KT ENS를 중간에 끼워넣는 방식으로 사기대출을 받다 점차 직접적으로 수출실적을 조작하는 수법을 썼다. 허위수출 대금을 갚아야 할 시기가 오면 모뉴엘은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으로 또 다른 사기대출을 받았다.


'돌려막기'를 계획하던 모뉴엘이 주목한 곳은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이다. 무역보험공사가 기업의 무역보험 한도액을 책정하면 시중은행에서 특별한 의심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 수출입은행에서는 자체 한도액을 책정해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있는 점을 노린 것이다.


박 대표는 무역보험공사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담뱃갑에 기프트카드를 넣어 전달하거나 과자 또는 와인상자, 티슈곽 등에 5만원권을 가득 채워 주기도 했다. 또 고문료를 위장해 상대방의 계좌로 직접 돈을 송금해주거나 모뉴엘의 해외계좌에서 상대방이 미리 만들어놓은 해외계좌로 돈을 보내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도 했다. 또 서울 강남의 고급 유흥주점에서 하룻밤에만 1200만원가량의 향응을 제공했다.


이들 중에는 자신의 자녀를 모뉴엘에 취직시키거나 개인적인 술값을 모뉴엘에 대신 내도록 하는가 하면 퇴직 후 모뉴엘 협력업체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매달 돈을 챙기는 등 '관피아' 비리의 전형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방위 로비를 벌인 박 대표는 국책금융 관계자들에게 '모뉴엘의 수출보험과 여신한도를 늘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등의 청탁을 넣었다. 실제로 로비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두 기관의 모뉴엘에 대한 여신지원이나 무역보험 한도는 2~3년새 최대 5배를 넘어서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대표를 비롯한 모뉴엘 관계자들은 무역보험공사나 수출입은행 두 군데만 뚫리면 시중은행에서도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리고 두 곳에 대한 로비에 집중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금융권에 미상환된 모뉴엘 여신규모는 5500억원으로 지난달 파산선고를 받은 모뉴엘이 자력으로 이 돈을 갚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상환 금액 중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보증한 금액만 3428억원에 달한다. 현재 시중은행과 무역보험공사 간 책임소재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있어 모뉴엘 사기대출 피해에 따른 민사소송도 잇따를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홍석 대표 등 모뉴엘 측의 기망으로 시작된 범죄인 것은 맞지만 금융기관의 허술한 구조도 사태를 키우는 데 역할을 했다"며 "중견기업인 모뉴엘의 무역금융 사기행각과 국책금융기관 일부 임직원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로 인해 수출 장려 목적에서 마련된 무역보험·수출금융 제도의 근본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행태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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