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닥, 파산 보호 신청
[아시아경제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오늘은 2012년 이스트먼코닥이 파산 보호 신청을 한 날입니다. 필름과 카메라 시장에서 절대강자였던 코닥의 몰락은 당시 이미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투자자들은 물론 경영학자들에게도 씁쓸한 날이었죠.
요즈음도 코닥은 마치 혁신 실패의 대명사처럼 언급됩니다. 기업혁신에 대한 강의에서 실패 사례 중 단골 메뉴죠.
이런 사실은 파산 보호 신청을 한 이듬해인 2013년 9월 4일 회생을 한 코닥의 입장에서 보면 불만일 것입니다. 과거의 치부를 끊임 없이 들추어 내는 샘이니까요.
물론 회생을 한 기업 코닥은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기업이 됐습니다. 디지털 이미징, 디지털 인쇄 장비와 재료과학, 증착공정 등과 같은 업종으로 변신을 했습니다. 또 올해 CES(소비자가전쇼)에서 코닥은 IM5라는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들고 나와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과연 당시 코닥은 왜 무너졌을까요? 분명한 것은 디지털로의 시대 변화에 늑장 대응한 것이 원인입니다. 필름이나 1회용 카메라 시장에서의 우위가 주는 단맛에 빠져 밀려오는 파도를 일부러 못 본 척 했습니다.
필름과 카메라분야에서 최고의 역사와 기술을 가진 회사였지만 디지털화로 인해 필름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으니 코닥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코닥이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만들어 냈으니까요.
그래서기자는 이런 가정을 해봅니다. ‘만약 코닥이 디지털카메라를 10년만 늦게 개발 했더라면’하고 말이죠. 잘 알다시피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해 놓고도 상용화를 중지시킵니다. 필름 시장의 붕괴를 우려한 것이죠. 디지털 카메라 출현을 억지로 늦추려 했던 코닥의 시도는 놀랍게도 20년 넘게 성공합니다.
그러나 1998년 일본 업체들이 보급형 디지털카메라를 생산하면서 강둑은 터져 버렸고 코닥은 그만 휩쓸려 넘어지고 맙니다.
그래서 코닥이만약 1985년 정도에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는데 성공했었더라면 오히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섰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왜냐하면 코닥에게는 그런 역사가 있습니다.
1888년코닥은”당신은 찍기만 하세요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라는 유명한 광고 카피와 함께 카메라 시장에 뛰어듭니다. 카메라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에 세계 최초로 광고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면서 시장을 만들어 나갔고 결국 성공을 거둡니다.
그랬던 기업이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는 거꾸로 행동했습니다. 혹시 1975년 당시는 디지털 카메라는 아직 ‘철 이른 장미’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물론 역사에 가정이란 의미가 없지만 말입니다. 오늘도 시장에서는 수많은 ‘철 이른 장미’가 피어있을 것입니다.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itbri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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