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국제 유가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원유시장의 투자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유가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미국 4대 상장지수펀드(ETF)로 12억3000만달러(약 1조3454억원)가 들어왔다. 이는 2010년 5월 이후 최대치다.
이달 들어 지난 5일까지는 1억9900만달러가 원유 ETF로 들어왔다. 지난 5일은 국제 유가가 5년 6개월만에 처음 40달러대로 떨어진 날이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원유·가스 ETF 등 에너지 상장지수상품(ETP) 전체로 24억7000만달러가 유입됐다.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다.
에너지를 제외한 다른 상품 시장에서는 자금이 꾸준히 빠져 나가고 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지난해 1~11월 원자재 ETP 시장에서 180억달러가 인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ETP들의 총 운용 자산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2760억달러로 줄었다. 2010년 이후 최저치다.
유가 급락에도 원유시장으로 투자금이 계속 유입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자들이 최근 유가 폭락세가 과도해 가격은 곧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미 ETF 조사업체 ETF닷컴의 맷 휴건 사장은 "상품시장 투자자들의 경우 역(逆)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은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아닌 100달러를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금 유입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인 투자자다. ETP 시장에 돈을 쏟아 붓는 투자자들 가운데 85%가 미국인이다.
천연가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이후 지금까지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27% 급락했다. 예상보다 춥지 않은 겨울 기온 탓에 재고가 증가한 탓이다. 지난해 4분기 천연가스 ETP로 유입된 자금은 8억달러다.
가격 하락에도 자금 유입세가 이어지는 원유시장의 분위기는 2013년 커피 값 폭락 당시와 비슷하다. 2년 전 커피 가격 급락에도 글로벌 자금은 꾸준히 커피 시장을 찾았다. 이후 커피 값은 반등에 성공해 지금까지 50% 뛰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커피와 달리 유가가 단기간에 반등할 가능성이 적다고 지적했다. 유가를 끌어 내리는 본질적 요인인 수급 불균형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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