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통합대표단 대화 사실상 '파행'…"정규직 전환 방식두고 합의점 못찾아"
신입 채용 줄고, 임금인상률 못 높이는 '부작용' 감안해야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논의가 파행을 겪고 있는 가운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통 큰 결단을 내렸다. 하나은행(1400명)과 외환은행(2000명)의 무기계약직 3400명을 두 은행 통합 후 한 달 내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제안을 외환은행 노동조합에 전달한 것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은행과의 합병 조건으로 '무기계약직의 6급 정규직 즉시 전환'을 내세워 그동안 하나금융과의 공식 대화를 거부해 왔다. 외환 노조가 '통합 후'라는 전제에 동의한다면 지지부진했던 하나·외환은행 통합은 급물살을 타 이달 내 노사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는 6일 오후 외환은행 노조에 하나·외환은행 합병 후 한 달 내 두 은행의 무기계약직 3400명을 6급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은행과의 합병 조건으로 외환은행 무기계약직 2000명의 정규직 전환을 하나금융에 요구해 왔다. 하지만 사측이 이에 난색을 표하면서 두 은행의 통합 논의는 지체됐고, 합병기일 또한 기존 2월1일에서 3월1일로 연기된 바 있다.
하나금융의 이 같은 결정은 더 이상 두 은행의 통합 시점을 미룰 수 없다는 김 회장의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3월1일 통합기일을 맞추려면 이달 내에는 금융위원회에 합병 예비인가 신청을 해야 한다. 금융위는 외환은행의 노조와 합의를 요구하고 있어 하나금융 입장에서 전향적인 결단을 내린 셈이다. 하나은행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하나은행의 무기계약직 1400명도 함께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노조는 통합을 앞두고 외환은행과 같은 수준의 직급 급여 체계를 사측에 요구해 왔다. 지난 9월 말 누적 기준 외환은행의 직원 평균 연봉은 6600만원으로 하나은행 5100만원보다 1500만원가량 높다.
김 회장의 결단으로 이제 공은 외환은행 노조로 넘어갔다. 하나은행과의 통합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유례없는 대규모 정규직 전환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내부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반발은 물론 통합 반대를 위해 계속 새로운 카드를 꺼내 사측에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노사가 추가적으로 합의해야 할 쟁점은 두 가지다. 외환은행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5급 자동승진'과 '기존 6급 정규직 군미필 직원 수준의 급여인상'이다.
하나금융은 현재 경력과 배경 등이 천차만별인 무기계약직을 동일하게 대우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향후 업무적응도와 역량을 평가해 급여와 승진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은 6급 정규직 전환 후 일괄적으로 5급으로 자동 승진할 경우 소요되는 인건비는 약 57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와 같은 비용 부담은 기존 정규 직원들의 양보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도 사측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배경이다. 일시에 대졸 신입사원과 같은 6급 직원이 3400명이나 생긴 이상 신입 직원 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향후 몇 년간 임단협의 임금인상률도 이전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다른 은행의 경우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별도 직군을 신설해 임금 부담을 경감한 바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7월 초 김정태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을 언급한 이후 6개월째 통합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등 사측과 외환은행 노조가 각각 4명의 통합대표단을 구성해 대화를 진행해 왔다. 노조 측이 1차 합의문 작성 직전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새로운 안건으로 내놓은 이후 통합대표단의 공식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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