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운전이 운수업입니다. 그날 벌이가 운수(運數)에 좌우되니 운수업(運數業)이란 말입니다." 택시 운전이 운수업(運輸業)이자 운수업(運數業)이라는 어느 기사 분의 해석이다.
택시 운전뿐이랴. 인간사 어느 것 하나 운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게 있으랴. 새해에 무슨 운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며 토정비결 같은 운세집을 찾게 되는 까닭이다.
조선시대 토정비결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참고가 되고 '미래서' 분야의 대명사가 된 데에는 필시 무슨 비결이 있을 게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토정비결이 암시하는 것'이라는 글에서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토정비결의 내용이 현대 사회에 있어서도 아직 그대로 통용되고 있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거기에는 한국인의 숙명이 숨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이것이 한국이다')
그는 토정비결에 자주 등장하는 신수로 '말을 조심하라' '관가를 조심하라' '인간을 조심하라' 등을 들고 "한국 사회에서라면 누구나가 다 겪게 되는 일들"이라고 분석했다. 토정비결은 "확률을 이용한 과학이었는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인류학자인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은 토정비결 144괘 중에는 행운이 58가지로 가장 많다고 분류했다. 불운은 40가지고 나머지 47가지는 행운도 불운도 아니다. 전체 중 30%가 넘는 47가지가 맞고 틀린지 판명나지 않는 부류인 것이다. 이 47가지 중 '노력하면 빛이 나리라' 같은 조건부 행운이 13가지고 중립적인 운수가 12가지, 금지와 금기는 22가지다.
토정비결의 비결은 행운도 불운도 아닌 운세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토정비결은 행운을 말할 때도 불행을 말할 때도 대개 조건을 건다. '성실히 노력하면 잘 될 수 있다' '다툼은 불운의 원인이 된다'는 식이다. 결과보다는 그 결과에 이르는 원인이나 과정에 중점을 둔, 예언이라기보다는 금언(金言)이다. 이런 괘는 실제 결과가 그와 달라도 "과정을 충실히 따르지 않았다"는 식으로 변통될 수 있다. 토정비결에는 또 자신의 생활 태도와 습관을 돌아보고 몸가짐을 가다듬으라는 가르침이 많다. 유념하고 지내서 득을 보면 봤지 손해를 입지는 않을 말이다.
그렇다면 토정비결에서 배워야 할 점은 개별 운세가 아니다. 경구(警句)를 찾아 한 해, 혹은 하루를 지내는 동안 유념하고 따르는 자세다. 이런 생각에 수첩을 들춰, 그 면에 적힌 경구를 찾아봤다. 이렇게 적혀 있었다. '너 자신을 알라'.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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