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을미년(乙未年) 첫 거래일, 증시 움직임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30일 코스피지수는 대외 리스크 여파로 1910선으로 후퇴하면서 1915.59에 마감했다. 미국증시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31일(현지시간)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다. 새해가 밝으면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지만 한국 증시를 둘러싼 환경은 그다지 녹록치 않은게 현실이다.
증시전문가들은 4분기 어닝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상장사들의 실적전망치가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고, 대외 불확실성으로 외국인들의 매수세도 낙관하기 힘들어 실적주 위주의 보수적인 대응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기욱 KDB대우증권 연구원= 현재 상장사들의 2014년 4분기 실적전망(실적 전망치가 있는 412개 기업 대상)은 영업이익 29조2000억원, 당기순이익 20조9000억원으로, 4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24.6%와 46.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4분기 당기순이익을 포함한 상장사들의 2014년 실적전망은 연초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조정되고 있다. 특히 4분기 실적의 연말 예상치는 신뢰도가 높지 않다. 2009년 이후 연말 4분기 이익 전망치와 실적치를 비교해보면 지속적으로 4분기 이익을 과대 추정하는 경향이 관찰된다.
4분기 실적은 기업들의 예상하기 힘든 일회성 비용 등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아 실적 전망을 보수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최근 5년 동안 영업이익 실적치는 연말 예상치에 비해 평균 23% 감소했고, 당기 순이익은 평균 41% 감소했다. 과거 전망치와 실적치 사이에 괴리율을 감안하면, 실제 4분기 영업이익은 보수적으로 전망치인 29조 원 보다 23% 감소한 22조 원, 당기순이익은 예상치보다 41% 감소한 12조 원으로 예상된다.
이익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면서 이익전망의 신뢰도가 높은 업종이 프리미엄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연초 이익 전망 신뢰도가 높은 업종은 은행, 호텔·레져, 운송, 화장품·의류, 소프트웨어, 건강관리, IT가전 등이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 1월 코스피는 그리스 리스크로 인해 변동성에 노출될 가능성은 높겠으나 단기 우려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유가 하락 및 미국의 경기 펀더멘털에 치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유가의 급격한 하락은 둔화됐지만 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 루블화가 폭락한 가운데 베네수엘라의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며 산유국들의 우려가 촉발된 상황이나 금리인상을 통해 루블화 하락은 진정된 만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산유국 및 자원부국의 위기 확산 가능성은 당장에 높지가 않다. 때문에 유가 하락은 에너지 소비에 따른 긍정적 경제효과에 치중할 사안이다. 필수소비품목인 에너지 가격의 하락은 소비를 자극하는 가운데 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이며 이에 따라 생산비용이 절감될 전망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흐름에서 보면 에너지 가격과 미국의 소비는 정의 관계를 유지했다. 최근 미국의 빠른 고용 회복과 민간소비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유가의 하락은 보다 강한 성장세를 가능케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유가 하락에 따른 비에너지 소비 증가는 국내 수출산업에 긍정적 흐름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2014년 1월과 2015년 1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장 참여자들의 눈높이가 매우 낮아졌다는 점일 것이다. 어찌보면 이는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해 매우 겸손해졌고, 부정적인 펀더멘털이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는 올해 주식시장이 악재에는 매우 둔감하고, 호재에는 매우 민감하게 움직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한국증시에 대한 해외 투자은행(IB)들의 투자의견은 '비중확대'가 우세한 편이지만 주요사들의 평균 코스피 목표치는 2100 수준으로 현 주가 수준보다 10% 정도의 상승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무라의 경우 중국 기업들의 수직계열화, 원화 강세 지속(엔, 유로 대비) 등으로 수출 위축이 지속되고 내수회복도 요원하다고 전망했다. CLSA도 내수는 저점은 지났지만 유의미한 회복은 어렵고 글로벌 경기회복이 한국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바클레이즈(Barclays) 등은 한국경제와 증시를 긍정적으로 봤다. 골드만삭스 역시 미국 경기회복, 저유가, 정부의 부양책, 원화 약세 등을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판단했다.
이들은 한국증시의 상승 모멘텀을 미국 경기회복, 저금리 기조, 배당금 지급 확대 및 내수 증가에서 찾았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미국 경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고 미국 경기회복은 한국 수출에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또 정부의 부양책, 물가압력 둔화, 주요국 양적완화 지속 등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져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리스크 요인으로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더불어 엔화 약세, 주변국 경기둔화, 가계부채 부담 등이 꼽혔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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