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해왔던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이 1일 공식 출범했다. EEU는 옛 소련권 경제공동체로 푸틴 대통령은 EEU를 유럽연합(EU)의 대항마로 키우려 하고 있다. 하지만 EEU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러시아가 최악의 경제위기로 내몰리고 있어 EEU는 극도의 불안함 속에서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이날 EEU는 우선 지난해 5월 EEU 출범을 위한 협정에 서명한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의 3개국을 회원국으로 본격 가동됐다. 이들 3개국은 앞서 2012년 관세동맹을 맺고 협력을 강화해왔다. 앞으로 EEU에는 지난해 10월 가입 협정에 서명한 아르메니아가 2일 가세하고, 지난해 12월 협정을 체결한 키르기스스탄이 오는 5월 회원국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EEU는 상품·서비스, 자본,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과 에너지·운송·농업 등 주요 경제분야의 조율된 정책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의약품 및 의료 기구 시장 단일화, 2019년까지 전력시장 단일화, 2025년까지 화석에너지(석유·가스) 시장 단일화 등의 구체적 일정도 세워두고 있다.
역내에서 자동차와 철도 등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한 운송 시스템도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으며 거시경제정책 조율을 위해 2025년까지 역내 금융시장 조정 기구도 창설키로 했다.
노동시장 단일화를 위한 일부 조치는 올 1월부터 당장 시행에 들어가 회원국 주민들은 취업국에서 별도의 노동허가를 받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EEU가 EU에 버금가는 거대 경제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우선 EEU에 관심을 보이는 옛 소련국가들이 많지 않다.
당장 옛 소련 핵심국인 우크라이나는 소련과 EU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EU와 손을 잡았고 이는 소련과 우크라이나의 영토 분쟁으로 이어졌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는 EU는 물론 서방 군사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까지 추진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이 EEU가입 조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은 EEU 대신 중국 주도 경제권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EEU가 출범한 날 리투아니아는 되레 19번째 유로존 회원국이 됐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와의 영토 분쟁으로 EEU의 기둥 역할을 해야 할 러시아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영토 분쟁에 국제유가 폭락 악재마저 겹치며 러시아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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