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매수 규모 지난해 15조1000억엔→올해 9000억엔으로 줄어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일본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액 규모가 올해 94% 급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28일(현지시간)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아베노믹스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들은 일본 주식을 15조1000억엔 매수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지난 19일까지 순매수 규모가 8980억엔에 불과하다. 현 상황대로라면 외국인의 올해 일본 주식 순매수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 이후 최소가 될 전망이다.
그나마 일본 중앙은행(BOJ)이 지난 10월31일 양적완화 확대 조치를 발표하면서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섰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당시 BOJ는 연간 본원통화 증대 목표를 기존 60~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BOJ 양적완화 확대 조치 발표 후 외국인들은 2조엔 가량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이미 침체에 접어들고 디플레이션 불안감도 사라지지 않고 있어 외국인들의 일본 주식 매수 지속 여부를 가늠키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 재팬의 마에노 다츠시 주식 부문 대표는 "일본 주가를 끌어올린 주체는 외국인이었다"며 "내년에 주가가 상승세로 시작한다면 외국인이 돌아올 수 있지만 아베노믹스가 처음 시작할 때만큼 외국인 매수가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외국인 순매수가 급감한 것에 대해 지난 4월 소비세율 인상 후 아베노믹스에 대한 환상이 깨졌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소비세율 인상 후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와 3분기 연속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아베 신조 총리가 단기적인 부양책에 의존하지 말고 애초 계획했던 세 번재 화살인 구조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존 자산운용의 세시모 테츠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아베 총리의 세 번째 화살이 등장하기도 전에 소비세율이 인상되면서 일본 경제가 충격을 받고 궁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매수해야 할 이유가 없는 시장이 됐고 현 시점에서는 강력한 경제성장을 기대하기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외국인이 발을 빼면서 지난해 51.5% 급등했던 토픽스 지수의 상승률은 올해 9.4%로 둔화됐다. 그나마 BOJ의 양적완화 확대 조치가 발표된 후 토픽스 지수가 13% 가량 올랐다.
외국인들이 빠진 자리는 일본 국내 투자자들이 메우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연금펀드인 일본공적연금(GPIF)는 투자 비중을 변경,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기존 12%에서 25%로 두 배 이상 늘렸다. 블룸버그 추산에 따르면 GPIF는 투자 비중 조정을 통해 9조8000억엔의 자국 주식을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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