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괴물 상대할 민관합동기업, 제기능 못해 예산삭감·사업축소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2010년 출범한 최초의 민관 합동 지식재산(IP) 기업인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ID)사는 확실한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4년간 정부와 민간기업이 4000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투자했지만 뚜렷한 성과도 없어 내년 예산 삭감이 예고돼 있다. 해외 '특허괴물'에 맞서 국내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는 공염불에 그쳤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특허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ID사에 대한 정부보조금 지원 예산을 50억원으로 책정, 올해 230억원 대비 대폭 삭감했다. 지난해 정부보조금 504억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ID사는 2009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주도로 설계됐다. 당시 세계 최대 특허괴물 인텔렉추얼벤처스(IV)사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휴대폰 관련 특허 분쟁으로 16조5000억원 규모의 로열티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특허괴물을 상대할 전문 기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듬해인 2010년 ID사는 자본금 500억원으로 설립됐다. 향후 삼성전자 등 민간기업에서 3000억원, 정부가 5년간 20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ID사는 이 자금으로 국내외 대학이나 연구소, 기업 등이 보유한 특허를 매입해 국내 기업들이 해외 특허전문 관리회사 이른바 특허괴물의 공격을 받으면 보유 특허를 이용해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로 했다. 특허를 다른 기업에 대여하거나 출자해 수익을 추가로 창출하기로 했다. 초반 특허 매입에 자금을 쏟아붓고 수익분기점은 5년으로 설정했다.
자금 지원은 그동안 계획대로 이뤄졌다. 지금까지 실제 출자된 자금은 정부 1400억원, 민간 2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정부는 추정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ID사는 자본잠식 상태다. 2012년 7%에 달했던 자본잠식률은 지난해 15%까지 높아졌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67억원에서 91억원으로 35%나 급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ID사는 지난해 자산운용사인 아이디어브릿지와 벤처투자회사인 아이디벤처스, 컨설팅업체 골든웨이브파트너스를 100% 자회사로 설립했다. 몸집은 크게 불어났지만 손실도 커졌다. 감사보고서 지분법 평가내역에 따르면 지분법 손실은 2012년 19억원에 이어 지난해 24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ID사의 역할이 '방어'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능동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또 질보다 양에 중심을 둔 IP 매입 정책에 대한 관리감독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지적재산에 대한 보호수준이 낮고 기업의 인식도 부족해 특허대여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ID사가 보유한 쓸모없는 IP는 떨어내는 방식으로 기존 사업 축소를 논의 중이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는 IP에 대한 투자시장을 만드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산업부에서 IP 약 5000건을 매입해 특허소송을 대비해야 한다는 전략을 수립해서 ID사가 수익보다 매입에 치중했다”며 “앞으로는 상품성 있는 IP에 투자하고 사업화하는 사업모델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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