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업체 비중 큰 중국 시장, 포화 조짐 뚜렷
특허문제·부정적 이미지에 해외 진출 발목 잡혀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고속 성장을 이어오던 중국 스마트폰의 정체론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비중을 가장 크게 두는 자국 시장의 포화 조짐이 뚜렷한 데다 중국 밖에서는 특허 문제에 걸려 진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양적 성장에 기대 우후죽순 등장했던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내년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개편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다. 막대한 인구와 수많은 중저가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보유하며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전체 출하량(12억7000만대 추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 2012~2013년 스마트폰 출하량은 1년만에 64%가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는 눈에 띄게 둔화됐다. 올해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20% 증가에 그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중국 시장이 뚜렷한 포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올해 말 55.3%에 이어 내년 말에는 선진국 수준인 70%에 도달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95%에 달하는 샤오미나 레노버(86%) 등 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중국 업체들이 내수에서 벗어나 해외로 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당초 짝퉁 전략으로 유명세를 탄만큼 특허권에 약점이 있는 데다 이미지 추락도 피할 수 없어 해외시장 진출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2일(현지시간) 샤오미가 중국 이후의 전략시장으로 꼽았던 인도에서 판매금지 조치를 당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날 인도 뉴델리고등법원은 샤오미 제품의 인도 내 판매를 전담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업체 플립카트에 샤오미 제품의 수입과 유통을 잠정적으로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스웨덴 통신장비회사인 에릭슨이 샤오미 스마트폰에 대해 3G, EDGE, AMR 관련 기술 특허 침해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지난 9일 신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내놓은 '미(Mi)' 공기청정기도 출시 직후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이 제품은 일본 발뮤다 '에어엔진'을 모방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발뮤다측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유사성을 지적하며 특허 침해와 관련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다른 나라의 특허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서로의 특허를 인정해 주는 교차(크로스) 라이선싱을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경우 내줄 특허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특허에 대해 로열티를 물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저렴한 가격 경쟁력이 최대 무기인 중국 업체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하려면 해외 IT기업들의 견제를 이겨내야 한다"면서 "저가 이미지를 탈피하고 생산·유통·판매전략의 고도화가 필요하지만 이를 고려하면 중국폰이 지금처럼 급성장하기는 녹록지 않다"고 내다봤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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