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이태원 등 수익률 위한 불법 용도변경 건축물 성행
차량·보행자 안전 위협은 물론 임차인 피해도 우려
[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홍대 서교동 카페거리 초입의 한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조모씨(50ㆍ여). 2010년 주차장을 포함해 3층짜리 단독주택을 40억7000만원에 매입했다. 워낙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어서 먼저 상가로 바꿔 수익사업을 하기로 하고 용도변경부터 했다. 그런 다음 인근 건물주들을 보고 한 수 배운 것이 증축을 통한 수익확대였다. 주차장 옆으로 계단을 만들어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월 임대료 1200만원을 받고 2층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3층은 보증금 5000만원, 월세 30만원의 반전세 원룸으로 세를 놓았다. 한 달 후에는 1층 주차장을 없애고 그곳에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홍대ㆍ이태원ㆍ상암…. 서울에서 '뜨는 상권'으로 꼽히는 곳들이다. 그런데 이들 지역에서 소유주 마음대로 주차장을 없애 상점을 만들거나 불법 용도변경을 한 건축물들이 적지 않다. 이로인해 보도를 넘나드는 자동차들이 보행자를 위협하는 사례가 잦다. '안전 사각지대'가 된 것이다. "최근 2~3년 새 주요 상권에서 주차공간을 용도변경하지 않은 건물이 얼마나 있느냐"는 조씨의 항변에 문제는 없을까.
홍대 서교동 카페거리는 주말이면 20~30대의 '핫플레이스'로 북적인다. 수많은 인파는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로 무장한 상점으로 몰려간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은 안심하고 걸어야 할 보도로 비집고 들어오는 차들의 행렬에 가로막히기 일쑤다. 도로 위까지 침범한 주차 차량들 사이로 피해 다니는 아찔한 광경이 이어진다.
이태원 경리단길이나 상암동 먹자골목 등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처럼 서울 주요 도심 상권에서 차량과 보행자 간 아슬아슬한 곡예가 이어지는 이유는 바로 불법 건축물 개조로 인한 주차공간의 부족 때문이다. 건축법에 따르면 연면적이 일정 기준 이상일 때는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건축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리모델링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연면적 40㎡ 미만의 단독주택일 경우 상가로 용도 변경할 때 주차공간을 설치할 필요가 없으나 그 이상일 경우는 일정 면적 이상의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건축물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주차장을 상점으로 바꾸는 것은 불법이다. 그럼에도 도심 상권의 건물주들은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버젓이 1층의 주차공간을 테라스로 개조하거나 매장으로 만드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임 전문위원은 "주요 상권은 임대차 시세가 워낙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임의 개조에 대한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씨는 주차 공간 개조 후 "현재 1층에 수제신발 매장을 들여 보증금 3억9000만원에 월 임대료 2500만원을 받고 있으며 2층 레스토랑 자리에도 계약기간이 끝나면서 월 임대료를 1800만원으로 올려 다시 와인바를 오픈했다"며 "좁은 주차 공간 하나 변경해 월 수익이 3000만원가량 더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차장 용도 변경 외에도 건물과 건물 사이 틈새를 이용해 도로 쪽으로 튀어나온 '틈새 점포'를 만든다거나, 옥상을 증축하는 등 불법 개조의 종류는 많다. 문제는 이러한 무단 용도 변경과 건축물 개조가 안전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유병덕 리드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주차장 용도변경이나 불법 개조 등으로 인해 주차 공간 부족에 따른 통행 장애나 보행자 접촉 사고 우려가 크다"며 "동시에 건축물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불법 건축물에 상점을 낸 임차인으로서는 더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어서 주의가 요구된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보통 계약을 맺기 전에 건축물 상태를 확인해보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불법 건축물이라는 것을 모르고 계약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알고도 임대차 계약을 하면 임차인의 책임도 인정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보증금이나 권리금 등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정당국의 통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일일이 전수조사하기 어렵다거나 정기적으로 단속을 실시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마포구청 도시경관과 관계자는 "교통지도과와 합동으로 연면적 2000㎡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분기별 또는 연간으로 정기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면서도 "모든 건축물을 일일이 확인해서 적발하고 시정하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