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담뱃세 인상안의 예산 부수법안 선정을 앞두고 현 정부안대로 2000원 담뱃값이 인상되면 여야 모두 '서민증세'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담배가 서민들이 더 많이 소비하는 대표적인 역진적 세금인데도 정치적인 일정만을 고수해 담뱃세를 '끼워팔기식'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것은 서민들의 절박한 입장을 망각한 무책임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은 25일 "담뱃값 인상이 국민건강이 아니라 부족한 세수 확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상식으로 통한다"며 "담뱃세 인상안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즉시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러브스모킹은 "정부의 현 담뱃세 인상안이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세금을 더 많이 부담하게 되는 소득 역진적인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특히 간접세(소득에 관계없이 납부하는)의 성격이 강한 담뱃세를 과도하게 인상할 경우 조세형평의 원칙에 어긋나 결국 서민의 조세부담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소득 5분위별 가계수지에서 저소득층인 1분위의 월평균 소비지출 중 담배 소비지출 비중은 1.09%, 고소득층인 5분위는 0.46%에 그쳐,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담뱃값 부담을 두 배 이상 많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의 '2012년도 국민건강통계'에서도 저소득층의 현재흡연율(평생 담배 5갑 이상 피웠고 현재 피우는 사람 비율)은 43.9%이며, 상위층은 이보다 낮은 38.4%로 조사된 바 있다.
또 아이러브스모킹이 지난 9월1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전국 700명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현재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국민건강증진 도모'라는 슬로건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당시 응답자 중 정부의 현 담뱃세 인상안이 '국민건강을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자가 23.5%인 반면 '정부의 세수확보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74.7%를 차지해 10명 중 7명 이상의 대다수 국민들이 정부의 담뱃세 인상은 세수 확보를 위한 것으로 파악했다. 가장 합리적인 담뱃값 인상 폭에 대한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51.0%가 '500원 인상' 방안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대답했다. 1000원과 1500원 인상은 각각 19.4%, 26%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이와 함께 아이러브스모킹은 "담뱃세의 급진적 인상은 해외 불법담배의 국내 유통을 더욱 부추겨 저질·짝퉁 담배를 넘쳐나게 할 우려가 있다"며 "이들 담배는 세금을 내지 않아 세수를 확보하려는 정부의 목표와 배치된다"고 경고했다. 저가 담배는 지금도 수입상가 등에서 꾸준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한편 한국납세자연맹은 정부와 연맹의 최근 통계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저소득자일수록 소비가 많은 담배에 엄청난 세금을 물리는 것은 공평과세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흡연남성이 평균적으로 피우는 하루 16.1개피의 연간 담뱃세액 45만5341원은 연봉 3500만원의 미혼남성인 월급여자가 1년간 내는 근로소득세와 비슷하며 이는 기준시가 3억7500만원인 주택소유자의 재산세나 1억1900만원의 정기예금자가 납부하는 이자소득세와도 맞먹는 액수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운영자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뱃세 50% 인상 권고안을 놓고 보더라도 한국의 담뱃세 인상 폭은 총 780원을 넘지 말아야 한다"며 "보건당국과 흡연자 양쪽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가격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담뱃세 인상이 더 이상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켜서는 안 된다"며 "정치적인 입장이 아닌 진정으로 서민의 입장에서 담뱃값 인상안을 재검토해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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