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대량살상무기나 북핵 등 위협 요소는 미제국의 불안의식에서 나온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인사검증을 통과할 수 있었던 배경은, 그런 주장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취지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미관ㆍ안보관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청와대의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경욱 대변인은 25일 김 수석 논란에 대한 추가 해명 요구에 "24일 본인이 밝힌 입장에 모두 들어있다"며 말을 더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전달해온 메시지와 많은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김 수석이 해명한 내용을 참고하라"고만 답했다.
김 수석은 숙명여대 교수이던 2005년 '차이를 넘어서'라는 제목의 책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열강에 에워싸여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민족 생존권과 자립을 위해 약소국이 당연히 추구할 수밖에 없는 비장의 무기일 수 있다"라고 썼다. 논란이 일자 김 수석은 민 대변인을 통해 "본인은 자유민주주의자로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미국과의 동반자적 관계가 필요하다는 신념은 확고하다"고 반박했다.
해당 책은 한반도 운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 문화의 실체를 탈식민 관점에서 분석했다. 책에서 김 수석은 "북핵이나 테러, 대량살상무기 등 미국이 위협적 요소로 규정하고 있는 것들이 '미국 중심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 지적하고 있는데, 큰 틀에서 이런 주장의 취지는 미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해 수용할 것과 솎아낼 것을 구분하고 이를 통해 미국과의 동반자적 관계를 확고히 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김 수석은 북한의 핵보유가 정당하다거나 미국을 배척하자는 식의 주장이 아니란 점을 인사검증 단계에서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은 해명에서 "10년 전 미국 문화에 대한 글을 쓰면서 당시 일부 학계의 이론을 소개한 것일 뿐"이라며 "일부 표현상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점은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가 서술한 "(테러, 대량살상무기, 북핵 등) 위협적 요소의 병인은 어디에 있는가. 세계 평화와 정의 구현을 빌미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권력을 장악한 미제국의 욕망과 자신의 질서를 위협하는 동양의 부상에 대한 불안의식이다. 바로 이러한 제국적 욕망과 불안이 서구인이 가진 문화질병"이란 표현 등은 다소 과격하게 들릴 수 있어, 그의 해명이 논란을 가라앉히는 데 충분할 지는 미지수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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