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시행령 앞두고 본격적인 논의 들어가
-시행령 보다 과세 기준 완화된 개정안 연내 입법 처리
-시행령 적용 시점 연기 등 방안 거론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정치권이 '종교인 과세'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종교인 과세의 근거를 마련한 소득세법 시행령이 시행됨에 따라 관련 개정안 심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과세 기준이 완화된 수정안을 연내 입법화 하는 방안과 시행령의 적용 시점을 연기하는 두 가지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는 정부가 올해 제출한 시행령에 대한 수정안이 계류돼 있다. 수정안은 종교인들에 대한 과세 기준이 대폭 완화됐다. 수정안은 소득세법상 종교인 소득 부분을 신설했다. 당초 시행령에 명시돼 있던 원천징수 부분을 '자진신고ㆍ납부'로 한정했다. 종교인들이 소득을 스스로 신고하게 한 것이다. 필요경비 인정률도 일률적인 80%에서 소득에 따른 차등을 두기로 했다. 종교인 개인에 대한 세무조사도 불가능해졌다. 특히 저소득 종교인에게는 근로장려세제(EITC) 혜택을 주는 내용의 특혜도 포함됐다.
조세소위는 정부의 수정안을 토대로 연내 입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내주 종교인들과의 간담회 후 입법화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할 예정이다.
강석훈 조세소위 위원장은 "현재 상황은 종교인에 대해 시행령상 내년 1월부터 기타소득에 사례금 항목으로 과세하게 돼 있다"며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으면 그대로 가기 때문에 정부 수정안을 가지고 종교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행령대로 가면 종교인들에게 더 불리할 수도 있다"며 "연내 처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종교계의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행령 적용 시점을 변경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국회 기재위는 종교인 과세에 대한 사전 심사 보고서에서 시행령의 적용 시점을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가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조세소위 소속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 정부의 수정안이 합리적이지만 세수 효과가 미미하고 종교인들의 반대도 거세다"면서 "종교인들에 대한 설득이 되지 않을 경우 입법화를 유예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수정안은 종교인들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해 '누더기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소득을 자진 신고하게 했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 아울러 '자진 신고ㆍ납부'를 하는 종교인 개인에 대해서는 납세를 요구할 수단이 없다. 따라서 세수 효과도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 의원들이 표를 의식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까지 한 상황에 종교인들까지 등을 돌리는 상황을 부담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행 적용 시점의 유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강 의원은 시행령 적용 시점의 유예 가능성에 대해 "그런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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