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재직 시절 열린 채용 주도, 서열파괴·여성우대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신설된 인사혁신처장(차관급)에 삼성그룹내에서 오랫동안 인사를 담당했던 이근면 전 삼성광통신 고문을 내정하면서 삼성의 인사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이 내정자가 "삼성의 인사문화를 (공직에) 그대로 심을 생각은 없다"고 밝혔지만 삼성의 인사업무를 혁신한 그가 어떤 방법으로든 이를 공직사회에 접목시킬 것으로 보여 그의 행보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내정자와 함께 근무했던 삼성전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내정자는 지난 1993부터 시작된 삼성의 인사 혁신 '열린 채용'을 주도했다"며 "정부 인사 관리 시스템 역시 일대 혁신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 내정자가 주도한 '열린 채용'은 90년대 초반만 해도 만연됐던 학연, 지연 등으로 대표되는 줄서기 문화, 연공서열 중심의 사내 분위기, 여성 인력 차별 등의 고질적 병폐를 쇄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993년 삼성그룹은 서류 전형을 폐지하고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와 면접만으로 신입사원을 뽑기 시작했다. 매번 신입사원이 들어올 때 마다 부서 내에서 학연과 지연을 따지던 사내 문화도 혁신시켰다. 사내 동문ㆍ동향 모임도 금지했다.
연공서열 중심의 사내 분위기도 모두 바꿨다.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대표되는 삼성 특유의 성과 보상 체계를 갖추고 직책 위주의 인사 기조를 정착시켰다. 여성 인력 우대 정책도 중요한 대목이다. 지난 1992년부터 대졸 여성 신입사원들이 입사하기 시작했고 올해 1992년~1994년 공채로 입사한 여직원들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내정자가 삼성 재직 시절 거둔 이 같은 성과는 향후 공무원 조직 인사 개혁에도 많은 부분 도입될 전망이다. 공무원 조직의 가장 큰 병폐로 지적되는 부분은 직급제로 인해 하위 공무원들이 개인적인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승진을 비롯한 인사 평가에 상위 직급자의 의견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줄서기 문화를 없애는데 걸림돌이다.
공무원 조직이 대기업 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식 인사 스타일을 그대로 도입하기는 어렵겠지만 직급제 위주의 공무원 조직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 내정자는 지난 1976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뒤 삼성코닝, 삼성종합기술원, 삼성SDS, 삼성전자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했다. 지난 2009년 삼성광통신 대표이사 부사장을 역임한 뒤 2011년 퇴임해 경영고문을 맡고 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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