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카드 결제 도입 후 택시업계 변화...수수료 지급 주체에 따라 법인택시 기사 '무감각' 개인택시 기사 '짜증'...급격한 결제율 향상에 택시 관련 범죄 감소·분실물 찾기 쉬워지는 등 변화 초래...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수도권 직장인 A(41)씨는 매일 택시를 타면서 신용카드를 낼 때마다 헷갈린다. 어떤 택시는 카드를 내밀어도 잘 받는데 어떤 택시는 친절하던 말투가 달라지고 심지어 현금이 없냐며 노골적으로 타박하는 경우도 있는 등 '대접'이 다르기 때문이다. A씨는 "요즘 어디 가도 신용카드 되지 않는 곳이 없는데 택시 탈 때는 불안해서 일부러 현금을 준비할 때도 있다"며 "개인 사정으로 택시를 안 탈 수도 없는데 이렇게 택시마다 반응이 다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대개 A씨 같은 경험이 있다. 도대체 왜 택시마다 카드 결제 손님에 대한 대접이 다를까.
'비밀'은 각 지자체들이 최근 택시요금 카드 결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수수료' 지원 제도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 올해 초 연 170억여원을 투입해 6000원 미만의 소액 결제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카드 수수료의 50%, 경기도는 80%를 지원해 주고 있는 등 전국 12개 시도가 소액 결제 전액 지원 또는 일부 지원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시민들의 교통 복지 차원 및 대중교통 기능을 맡고 있는 택시 업계에 대한 지원 등의 차원이다. 카드 결제를 활성화해 택시 업계의 경영을 투명화, 전액관리제 정착·택시업체 종사자 처우개선 등의 목적도 있다. 카드 수수료는 각 지자체들과 카드 업체 간 협상에 따라 결정되는데 서울시가 1.7%로 가장 낮고, 경기·인천 등 대부분의 지자체가 1.9% 수준이며 일부 지역은 2.1% 수준인 곳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지자체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내야 하는 일부 '수수료'를 누가 부담하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택시요금 카드 결제에 대한 택시기사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회사 측이 수수료를 부담하는 법인 택시 기사들은 자신들의 수입과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무감각한 편이다. 인천시 같은 곳은 건당 수수료 100원을 추가로 지자체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법인택시 기사들은 카드 오히려 결제를 환영하는 편이다. 반면 개인택시 기사들은 자신들이 곧 사업자여서 지자체 지원분을 제외한 수수료를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털어서 내야 한다.
한 개인택시 기사는 "한 달치 수수료를 다 합치면 하루 일당의 절반 정도 돼 수입에 상당한 차질이 생긴다"며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카드업체가 내 수입을 가져간다고 생각하니 카드 결제 손님을 기분 좋게 대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택시요금 신용·교통카드 결제는 급격히 확산되면서 얼핏보면 작은 제도의 시행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최근 수도권을 비롯한주요 지역의 택시 카드 결제율은 급상승했다.
서울시는 2007년 3.5%에서 2012년 50%를 돌파해 지난해 58.8%를 기록했고 올해는 9월 말 현재 59%를 넘겼다. 총 결제 금액은 올해만 9월 말 현재까지 1조419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택시요금 카드결제가 활성화되면서 택시 관련 문화도 개선되고 있다.
카드결제 활성화로 운송·수입 내역 등 택시 업계의 경영 정보가 투명화돼 향후 불법·탈세 경영을 적발해 퇴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분실물 찾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카드 결제를 할 경우 이용했던 택시 정보가 그대로 남아 있어 손님은 분실물 찾기가 쉬워지고 택시기사도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업체들이 운영하는 분실물센터에 접수되는 물건들이 최근 몇 년 새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약 60%가량 주인을 찾아가고 있다"며 "카드 결제 이후 접수 물품 건수나 주인을 찾아가는 확률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강도 등 택시 관련 범죄의 감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과거 한 달이 멀다 하고 발생했던 택시 강도 사건이 최근에 눈에 띄게 줄어든 데는 택시기사들이 갖고 있는 현금이 크게 줄어들어 범죄자들의 표적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는 게 택시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인천 지역 한 택시기사는 "요즘은 택시 내에 카메라가 달려 있고 위치 추적도 돼 만약 택시 강도를 당하더라도 금방 법인을 잡을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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