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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수능으로 배우는 숫자 다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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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수능으로 배우는 숫자 다루기 백우진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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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 영어문제 오류는 숫자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교육이 기초 단계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함께 드러냈다.


영어문제 25번의 ⑤번은 소셜미디어사이트에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올린 미국 12~17세 청소년의 비율이 2006년 2%에서 2012년 20%로 된 것을 '18% 증가'라고 기술했다.

어느 비율이 한 기간에 2%였다가 다른 기간에 20%가 됐을 때 이처럼 '18% 높아졌다'고 하지 않는다. 비율이 '18%포인트 높아졌다'고 말한다. 따라서 ⑤번은 '18%포인트 증가'가 맞다. 수능 영어시험 출제위원들은 이 차이를 헷갈린 듯하다.


왜 '포인트'를 넣는가. 비율 2%의 18%는 0.0036, 즉 0.36%가 된다. 2%에 18%가 더해지면 2.36%로 높아진다. 비율 2%가 20%로 되면 빈도나 비중이 10배로 올라갔다고 해야 맞다. 그래서 비율이 차이를 말할 때는 뒤에 '포인트'를 붙이기로 하는 약속이 생겼다.

이 수능 문제는 대입 수험생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에게 '퍼센트'와 '퍼센트 포인트'를 가려 쓰는 법을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교육적이었다.


가끔 눈에 띄는 비슷한 실수는 주가지수에 포인트를 붙이는 것이다. 예컨대 '2010년에 주가지수 2000포인트를 3년여 만에 돌파한 것은'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포인트는 주가지수가 등락한 차이에 쓰는 게 적절하다.


숫자를 다루지 못하고 숫자에 끌려다니는 기사는 더 자주 보인다. 최근 한 신문은 통일 후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706%, 3.675%, 3.135%, 2.615% 등으로 열거했다. 소숫점 아래 두 자리 수부터는 의미가 없다. 반올림하는 편이 낫다.


다른 기사는 '평균 3.63대 1의 경쟁률'이라고 썼다. 3.6대 1의 경쟁률로 충분하다. 설문조사에서 각 항목의 응답자 비율을 69.1%, 23.4%, 7.5%라고 소숫점 아래까지 알려주는 자상함도 대부분 불필요하다.


수학자 존 앨런 파울로스는 책 <수학자의 신문읽기>에서 한 요리의 영양을 1인분에 761㎈라고 설명한 기사를 예로 든다. "마지막 1㎈는 완전히 무의미하다. 둘째 자리의 6도 거의 마찬가지다. 단지 백의 자리의 7만이 의미 있는 숫자다." 그는 자신이 수학자임을 아는 한 이웃이 "휘발유 1갤런당 32.15마일을 달렸다"고 자랑스레 들려줬다는 사례도 든다.


그는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정확성보다 주변을 밝게 비추는 명료함이 더 낫다"고 조언한다.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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