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누적 선박 인도량 1002만7000CGT 기록
선가 낮춰 수주량 늘리는 中에 '친환경 선박 기술'로 앞서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한국 조선업계가 지난 2009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인도량 기준에서 중국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연비 경쟁의 심화로 친환경 선박의 수요가 늘면서 경쟁 우위에 있는 한국 조선업계의 기술력을 다시 한 번 입증시켰다는 분석이다.
17일 국제 해운ㆍ조선 시황분석기관인 클락슨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한국의 누적 선박 인도량은 표준화물선 환산톤으로 1002만7000CGT을 기록해 중국의 978만4000CGT을 앞섰다. 한국이 선박 인도량에서 중국을 제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수주 실적과 함께 인도 실적을 조선소 경쟁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삼는다. 특히 선가를 내리고 수익성을 포기하면 수주목표는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인도 실적이야 말로 조선소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가장 명확한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선주들이 원하는 납기와 품질을 맞췄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9년까지 중국을 앞섰으나 2010년부터 중국에 뒤지기 시작했다. 실제 2009년 선박 인도량은 한국 1320만CGT, 중국 1091만6000CGT였다. 하지만 2010년에는 한국이 1423만2000CGT을 기록하며 중국(1662만8000CGT)에 200만CGT 이상 차이로 뒤졌고 이어 2011년(1407만8000CGT, 1722만9000CGT)과 2012년(1260만1000CGT, 1780만3000CGT)에는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한국 1121만2000CGT, 중국 1156만7000CGT으로 다시 차이를 좁히기 시작해 올해 역전에 성공했다.
조선소별 인도량을 보면 현대미포조선이 올 들어 지난달까지 61척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일본 이마바리(今治)조선과 현대중공업이 각각 50척과 45척으로 2,3위를 기록했다. 중국 조선소는 상하이와이가오차오(上海外高橋)조선소가 25척으로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연비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친환경 선박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이 분야에서 한국 조선소들이 월등한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면서 "중국 조선업체들이 선가를 낮춰 수주량을 늘리고 있지만 선주들이 요구하는 진화된 선박의 기준을 만족시킬만한 기술력이 없기 때문에 결국 선박 인도 실적은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선박 수주량 기준으로는 올 들어 9월까지 중국이 1320만CGT로 1위, 한국이 850만CGT로 2위다. 일본이 570만CGT로 뒤를 이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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