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86.3%…전월比 4.2%p↓
"지나치게 오른 데다 입법지연으로 불확실성 가중"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과열양상을 보이던 경매 시장이 조정국면을 맞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이 90%를 넘어서며 시세보다 싸게 집을 살 수 있는 경매의 매력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의 입법이 지연돼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킨 점도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17일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경매의 평균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낙찰가율)은 86.3%로 전월(90.5%) 대비 4.2%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하락폭이며 3분기 평균인 87.3%에도 못 미친다. 30% 후반대를 보이던 낙찰률도 26.4%로 뚝 떨어졌다.
수도권 전체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달 수도권 아파트 경매 평균 낙찰가율은 86.8%로 전월 대비 2.4%포인트 떨어졌다. 낙찰률 또한 4.3%포인트 하락해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평균 경쟁률도 주춤한 상황이다.
최근 경매 낙찰가율이 크게 올라 시중 급매물과 차이가 없는 점이 경매 열기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인기가 가장 좋은 서울 아파트 경매 평균 낙찰가율의 경우 2012~2013년도에는 낙찰가율이 70%대에 머물러 있었지만, 올해 들어선 꾸준히 80%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일 진행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13단지 전용면적 45㎡ 아파트 경매에선 감정가와 비슷한 가격인 1억5327만원에 낙찰자가 결정됐다. 낙찰자 정모씨는 14대1의 경쟁률을 뚫었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거래된 이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은 1억5900만원으로 경매 낙찰가와 큰 차이가 없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등 공급조절 정책을 펼치자 향후 물량 축소로 인한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와 전셋값 급등으로 피로감이 누적된 실수요자들이 대거 몰려 낙찰가율이 지나치게 상승한데 따른 조정국면"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떨어지며 각종 지표들이 하락세로 돌아선 점도 경매 시장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과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지수는 각각 19.6과 15.6으로 7주 연속 내림세다. 매매거래지수는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매매거래가 얼마나 활발한 지를 조사해 지수화한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11월 전국 주택사업환경지수(HBSI)는 전월 대비 41.3포인트 하락한 116.3을 기록하며 4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여전히 기준치인 100을 넘고 있어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지만,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한 점이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정부 부동산 대책의 국회 통과 지연과 임대차 시장에 충격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제 관련 '빅딜설'도 부동산 시장 전반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에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매수세가 주춤한 건 당연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면서 "아직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제 도입은 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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