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KB금융 사외이사들이 거취 문제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윤종규 회장 내정자의 입장이 매우 곤란해졌다. LIG손해보험 인수를 위한 대주주 변경 승인을 놓고 사외이사들과 금융당국이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윤 내정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윤 내정자가 LIG손보 인수 승인 지연에 따른 문제를 서둘러 해결하지 못할 경우 그의 리더십이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간접적인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KB금융 사외이사들이 사실상 사퇴를 거부함에 따라 KB금융의 정상화가 차질을 빚고 있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은 12일 열린 임시이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났지만 거취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묵묵부답했다. 이사회에서는 거취 문제에 대한 논의 조차 없었다. 금융당국과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LIG손보 인수 승인을 늦출 가능성도 높아졌다. 오는 26일로 예정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LIG손보 인수 승인 건을 논의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인수 계약서에 따라 지난달 28일부터 인수금액에 대한 연 6%의 지연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계약서 조항에 따르면 하루 1억1000만원씩 이자를 내야 한다.
LIG손보 인수 건이 오는 26일은 물론 올 마지막 금융위 정례회의 예정일인 다음달 24일에도 승인되지 않으면 KB금융은 LIG손보 대주주 측에 인수 지연에 따른 보상이자를 최소 60억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막대한 손실이다. 특히 올해 말까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이 자동 해지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 LIG손보 인수가 실패로 끝날 경우 KB금융의 향후 경영전략에 타격을 입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사외이사들의 쇠고집에 KB금융의 정상화가 차질을 빚고 있다"며 "윤 내정자가 사외이사들을 설득하던 어떤 방식이라도 특단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내정자가 사외이사들 눈치만 보고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그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 건과 KB금융의 지배구조를 연계하며 사실상 사외이사들의 사퇴를 간접적으로 압박해 왔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6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금융의 쟁점과 향후 개혁과제'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KB내분사태는 (금융지주의) 이사회가 견제에 제대로 나서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라며 "KB사태의 책임은 상당부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이사회와 사외이사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KB금융 사외이사들은 KB사태에 대한 책임론에 침묵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이사회를 마치고 나온 이경재 의장의 경우 거취를 묻자 "거취는 무슨 거취냐"며 "아무 계획이 없다"고 말을 잘랐다. 다른 사외이사는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게 KB금융의 LIG손보 인수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냐고 질문하자 "그 것(LIG손보 인수)과 그 것(사외이사 거취)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이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사이 윤 내정자는 신속한 LIG손보 인수를 조건으로 지연 이자를 깎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승인을 최대한 빨리 받는 데 노력하겠다는 조건 하에 LIG그룹측에 지연 이자율을 낮춰달라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관계자는 "하루에 1억1000만원씩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게 아니라 나중에 한꺼번에 지급하기로 했다"며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이 빨라지는 만큼 지연이자율이 낮춰지는 방안을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 내부에서도 사외이사들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KB금융 사태에 대한 책임은 외면한채 자존심만 세우고 있다"며 "KB금융 직원들에 대한 애정과 배려, 조직안정과 경영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간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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