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체감 실업률이 최대 10.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 실업률(3.2%)의 3.2배다. 체감 실업자는 287만5000명으로 공식 실업자(85만8000명)의 3.4배에 이른다. 통계청이 오늘 처음 발표한 고용 보조지표에서 드러난 '한국형 실업사회'의 민낯이다. 정부가 발표해온 공식 통계 뒤에 숨겨져 있던 사실상의 실업자가 낱낱이 드러났다.
그동안 고용통계가 불신을 받아온 것은 고용 현실 및 일반 상식과 동떨어진 기준으로 조사ㆍ발표해 피부에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을 나오고도 몇 년째 취업 준비에 매달리는 청년들(취업준비생)이나 정리해고를 당한 뒤 낙담해 쉬는 가장들(구직단념자)이 단순히 조사기간에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업 통계에서 빠졌다. 반면 시간제 알바생이나 임시ㆍ일용직 등 일주일에 36시간 미만 일하는 사람들(불완전 취업자)은 온전한 취업자로 잡혔다. 이들을 잠재적 실업자로 보고 3가지 보조 실업률을 계산해 공식 실업률과 함께 발표한 것은 진일보한 조치다.
이번 고용 보조지표 발표는 실업자 외에도 일하길 원하며 고용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사람들을 별도로 분류하라는 지난해 10월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이미 자체 기준에 따라 공식 실업률 외에도 5~8가지의 보조지표를 발표해 정책 수립에 활용해왔다.
정부는 ILO의 새 기준에 따라 한국이 처음 발표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연령대나 성별, 교육 정도에 따른 구체적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공식 통계로 지난달 8%를 기록한 청년실업률에 대해 ILO 새 기준을 적용하면 20%대로 껑충 높아질 것이다.
이제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 등 고용 정책은 100만명 안팎의 실업자에 3%대인 공식 실업률보다 300만명에 육박하는 잠재 실업자와 10%대의 체감 실업률을 토대로 보다 정교한 맞춤형으로 마련하고 실행해야 마땅하다. 사실 체감 실업률은 그동안 공식적으로 발표만 되지 않았지 통계청과 정책 당국은 알고 있었던 수치다. 국회 예산정책처나 민간 경제연구소에서도 체감 실업률 통계를 나름 계산해왔다. 체감 실업률까지 공개한 마당에 '관련 통계가 없어서'라는 식의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새 통계 발표에 걸맞은 고용 정책의 혁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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