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1 확대 방침 놓고 고민…지자체 보조 난색, 교육청 자체예산만 12억원 겨우 편성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시교육청이 빠듯한 재정때문에 교육감의 대표 공약인 ‘중학교 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예산 절감을 위해 기존 교육사업들이 축소 또는 폐지되는 상황에서 신규 사업을 밀어부치기가 녹록치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천시 등 지자체들이 중학교 무상급식비 보조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내년 시행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11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내년도 교육비특별회계 세입예산안은 올해 대비 3%(800억원) 증가한 총 2조7743억원으로 편성됐다. 하지만 세입 증가보다 법적·의무적 경비(2조7588억원) 증가폭이 커 자체 가용재원은 155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세출예산의 과감한 감축 편성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기존 교육사업 예산을 각 50% 안팎에서 삭감했다. 교육취약계층을 위한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역시 올해(77억8000만원)보다 29.9%(23억3000만원) 줄어든 54억5000만원을 편성했다.
이처럼 교육재정이 어렵다보니 교육취약계층 지원 예산도 줄이는 터라 내년부터 도입키로 한 중학교 무상급식 예산 편성은 당초 계획에서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시 교육청은 내년에 중학교 1학년만이라도 무상급식을 시행키로 하고 55억원을 신규로 반영키로 했다가 결국 12억원으로 줄여 편성했다.
중학교 1학년(2만6632명) 무상급식비는 총 184억원으로 인천시 40%, 군·구 30%, 시교육청 30% 분담률을 놓고 볼 때 12억원은 교육청 자체 부담분에도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아무리 교육감 공약이라도 기존 교육사업을 대폭 손질하면서까지 신규사업을 추진하기엔 교육청 살림살이가 빠듯한 이유가 크다.
게다가 인천시와 기초단체들은 저마다 재정난을 이유로 한푼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교육청만 30% 분담률에 맞춰 예산을 세울 수도 없는 실정이다.
지자체들은 의무교육과정인 중학교 무상급식 시행 자체는 반대하지 않고 있으나 국고 지원이 전혀 없이 ‘아랫돌 빼 윗돌 괴기 식’의 복지예산 지출이 계속될 경우 지자체 재정난의 악순환만 반복될 것이라며 중학교 무상급식 확대에 회의적인 시각들이다.
하지만 시 교육청은 인천시 지원없이도 중학교 무상급식을 시행할 의사가 있는 기초단체가 있다면 각 절반씩 사업비를 부담해서라도 내년에 중학교 무상급식의 첫 발을 내딛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12억원도 학교 수가 적은 기초단체 1, 2곳을 염두하고 세운 최소한의 예산이다.
김진철 인천시교육청 대변인은 “어려운 교육재정상 당초 계획했던 예산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학교 수가 적은 기초단체를 시작으로 인천에서 중학교 무상급식이 시동을 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1천억원이 넘는 누리과정 예산을 해결하지 않는한 어떠한 교육사업도 정상적으로 추진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중학교 무상급식은 현재 전국 17개 시·도 중 대전과 인천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실시하고 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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