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9월 이후 국내 증시는 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준의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유럽을 매개로 형성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하락세를 걷기 시작한 증시는 엔화 약세가 가세하며 추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미국·유럽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점차 완화되는 국면에 있어 더 이상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엔화 약세로 반등 과정의 출현이 지연되고 있으나 엔화 약세가 추후 가파르게 진행될 가능성은 낮아 지나친 우려감은 가질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 엔화의 약세를 유발한 것은 결국 일본은행(BOJ)이 예상외의 정책적 용단을 내렸기 때문인데, 본질적으로 이번 정책은 기존 정책의 확장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충격은 기존에 비해 적을 것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후 추가적인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엔화약세가 더 이상 가파르게 진행될 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강도 등도 엔화의 약세가 현 전망치 수준 이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상정하게 만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로 엔화가 약세로 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이견을 달기는 쉽지 않으나 결국 단기적으로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던 엔·달러가 추가적인 약세로 빠르게 흘러가기 보다는 진정되는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2000포인트 대에서 현재 수준까지 지수의 레벨을 하락시킨 원인들이 해소돼가고 있다는 점, 최근의 하락을 유발한 엔화의 가파른 약세 현상 역시 진정될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는 당분간 반등 시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구간이라고 판단한다.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 환율과 관련해 낙폭이 확대된 업종들에 대한 저가 메리트가 눈에 들어올 여지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본질적으로 환율에 대한 우려가 모두 가시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굳이 빠른 시점에 낙폭 회복 이상으로 기대치를 가져갈 필요는 없어 보인다. 실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벨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이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관점에서 보면 낮은 벨류에이션 수준과 실적 개선 기대감을 갖춘 업종(은행, 증권, 건설, 철강, 항공 업종)들에 대한 관심을 여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 지난주 코스피는 글로벌 증시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는 투자심리가 내부변수(환율, 실적)에 대해 민감도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다. 이번주에도 코스피는 상충되는 대외변수와 대내변수로 인해 변동성 등락(1920~1960포인트)이 예상된다.
국내 증시의 내부적인 모멘텀은 취약한 편이다. 정부가 내비친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 방침은 수출주에게 반등기회를 제공한다. 다만 엔달러 환율의 오버슈팅 가능성, 엔화대비 원화강세, 글로벌 수요에 대한 낮은 기대치 등으로 실적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행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선 일본은행과 유동성 확대 가능성을 예고한 유럽중앙은행(ECB)에 비해 원화가치 약세를 이끌만한 정책의 힘은 부족하다.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동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앞서 금리인하 기대가 다소 과다하게 반영됐던 원달러 환율의 레벨은 낮춰질 전망이다. 수출주에 대해서는 기술적 대응 이외에 펀더멘탈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전략적으로 개별 실적주, 배당주, APEC 회담기간 중 한중 FTA가 타결될 가능성을 고려해 관련 수혜주(자동차 부품, 항공운송, 소비재)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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