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지난달 23일 열린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그 시각 취재진 100여명은 교토대 캠퍼스를 찾았다. 텔레비전으로 드래프트를 지켜보던 선수를 둘러쌌다. 투수 다나카 에이스케(22). 교토대 출신의 그는 지바롯데 마린스에 2순위로 지명됐다. "교토대와 같은 약체 팀에서도 프로의 꿈을 키울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요."
교토대는 도쿄대와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명문대학이다. 그동안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하지 못한 건 야구체육특기생을 뽑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환경의 도쿄대는 다섯 명을 배출했다. 그러나 6라운드 이내에 호명된 선수는 없다. 일본프로야구가 현대화되기 시작한 1990년 뒤 프로에 진출한 고바야시 이타루(1991년 지바롯데), 엔도 료헤이(1999년 니혼햄 파이터스), 마츠카 다카히로(2004년 요코하마 베이스타즈) 세 명은 1군 경기를 총 열다섯 차례 경험하는데 머물렀다.
다나카는 리틀 야구를 했다. 중고교 시절에는 야구와 공부를 병행했다. 그는 시로료고교 2학년 때 일본고교야구 하계전국대회(고시엔) 효고 현 지역예선에서 팀이 탈락하자 야구부를 퇴단했다. 교토대 진학을 위해 공부에 전념하기로 했다. 교토대를 목표로 삼은 건 학업과 야구를 병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나카는 지난해 1월 교토대학신문에 "학생 야구선수들의 꿈인 도쿄 6대학 리그에 참여할 생각도 있었지만 고향인 효고 현에서 가깝고 주위 사람들도 많이 진학해 교토대를 택했다"고 했다.
다나카의 합류에도 교토대는 소속리그인 간사이 대학리그에서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2009년 5월부터 2012년 5월까지 리그에서 60연패를 기록했다. 2012년 5월 21일 간사이학원대학을 1-0으로 이겨 겨우 지긋지긋한 연패에서 벗어났다. 다나카는 이 경기에서 완봉승을 선보였다. 재학 4년 동안 성적은 3승 31패. 하지만 65경기에서 380.1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25를 뽐냈다.
다나카는 최고 시속 149㎞의 속구에 슬라이더, 커브를 섞어 던진다. 온 몸을 활용하는 부드러운 투구 폼, 빠른 팔 스윙, 정확한 제구, 침착한 경기운영 등도 프로구단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토 츠토무 지바롯데 감독은 "투구 동작이 세이부 라이온즈의 에이스 기시 다카유키를 연상케 한다"고 했다.
공업학부에서 공업화학을 전공하는 다나카의 투구에서는 고집스런 철학도 돋보인다. 그는 말했다. "시속 150㎞ 이상의 공으로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고 싶을 때도 있지만 교토대가 약체이다 보니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 이 때문에 경기 전 불펜 투구에서 제구를 잡는 데 신경을 많이 쓴다. 특히 풀카운트에서 타자의 배트를 끌어내려고 한다. 주자를 득점권에 내보내도 무실점으로 막을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다."
다나카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못할 경우도 대비해놓았다. 최근 '미츠이 물산' 신입사원 면접을 통과했다. 프로 진출이 확정된 이상 남은 건 졸업논문 완성뿐이다. 지바롯데는 이미 그에게 "당분간 졸업논문을 최우선으로 여기라"고 했다. 그 주제는 '표면힘 측정장치(Surface Force Apparatus)의 수화구조 역계산 이론'이다.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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