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초대석] 지식재산권 심사품질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리고 어려운 중소·벤처기업과 국제 지재권 분쟁 겪는 기업 적극 지원…현장목소리 듣기 등 소통, 지재권 외교도 활성화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튼튼한 지식재산생태계 만들기에 특허행정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출원인과 함께 강한 권리를 만드는 ‘포지티브(적극) 심사’를 강화하고 심사기간을 줄이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창의인재를 키우기 위해 올 9월 전국 시·도 교육청과 협력체계를 갖춰 교육부 교육과정에 ‘지식재산 일반’ 과목도 신설했다.”
김영민(56) 특허청장은 아시아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장이 되고부터 지식재산생태계를 튼실하게 해 창조경제를 이루는데 힘써왔다”며 “이를 위해 특허법, 실용신안법, 상표법, 디자인보호법을 일부 또는 모두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청장은 “특히 지식재산권 심사품질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높이고 중소·벤처기업과 국제지식재산권 분쟁을 겪는 기업들을 적극 돕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내부승진으로 특허청 수장인 된 김 청장은 지재권 업무처리를 개방·공유·소통·협력에 접목, 현장목소리를 특허정책에 담고 ‘지재권 외교’에도 적극적이다. 김 청장을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특허청 창설 36년 만에 심사조직 개편=김 청장은 튼튼한 지식재산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9월 심사조직을 확 바꿨다. “특허청 심사조직은 1977년 개청 이래 전기, 기계, 화학 등 전통적 산업분류에 따라 만들어졌으나 융·복합기술이 빠르게 느는 오늘날 기술흐름에 대응키 어려운 구조였다. 이런 점을 보완키 위해 조직을 개편했다.”
김 청장은 “심사조직이 융·복합산업 위주로 짜였다”며 “심사과에 해당산업과 연관된 440여 단위기술(TC)들이 그룹화 되도록 해 심사관들 전문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결과 산업계와의 연계가 강화되고 심사전문성이 높아지는 등 고품질특허 만들기 바탕이 갖춰졌다. 특허청은 조직개편에 따른 허점이 없도록 ‘특허심사기획위원회’를 분기별로 열고 심사관 업무부담도 공정하게 되도록 전담작업팀(TF)을 6개월째 운영 중이다.
김 청장은 “특허와 실용신안, 상표와 디자인은 명세서 작성, 기술적 심사·분석 등 업무량이 서로 달라 분야별 가중치(점수화)를 둬 심사건수가 알맞게 배정되도록 해 심사효율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특허심사 품질 높이기, 심사처리기간 줄이기 앞장=김 청장은 심사품질 높이기와 심사처리기간 줄이기에도 업무비중을 높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심사인력과 예산확보가 필수라고 보고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다.
내년도 특허심사에 필요한 6급 25명(시간선택제공무원 5명 포함) 증원, 전문임기제공무원 102명의 임기연장이 확정됐고, 전문임기제공무원 20여명을 늘려주도록 요청하고 있다.
특허청은 심사의 일부인 선행기술조사업무를 바깥에 맡겨 심사관의 처리건수를 알맞게 조절해줄 예정이다. 내년도 심사지원사업비 587억원을 예산안에 넣고 2017년까지 특허, 실용신안 선행기술조사 외주비율을 70%까지 올린다. 이를 통해 내년도 심사처리기간이 특허는 올보다 1.7개월 줄어 10개월 안에, 상표·디자인은 1.5개월 줄어 5개월 안에 심사가 이뤄진다.
특허청은 출원인과 소통·협력해 적정권리를 만들어가는 ‘포지티브형태’로 심사업무 틀도 바꾼다. ‘포지티브형태’란 본 심사 전 예비심사, 보정방향 제시, 면담 등 수요자중심으로 심사하는 것을 말한다. 심사보고서 손질, 선행기술검색가이드 작성, 심사품질관리지표 활용, 협의심사 개선 등 품질관리 강화방안도 만들어 심사품질을 높인다.
“특허를 받지 못하는 이유만을 나열하던 네거티브(소극적) 심사에서 벗어나 출원인과 소통하며 좋고 강한 특허를 만들어가는 포지티브심사를 하고 있다. 대리인(변리사)이 없는 출원인을 돕는 알기 쉬운 보정매뉴얼 제공 등 여러 서비스도 하고 있다.”
김 청장은 “그런 흐름에서 올 연말까지 국민소통·맞춤형·정확한 심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특허심사3.0’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특허청은 제품생산, 지재권을 받는 때에 맞춰 기업들의 지재권 전략과 포트폴리오 만들기를 돕는 일괄심사제도 들여왔다. 올 4월엔 특허,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까지 그 대상을 늘리고 처리절차도 손질했다.
◆지식재산권 보호·활용 업무 강화=김 청장은 지재권 보호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올 6월 상표법을 고쳐 상표브로커들이 설치지 못하게 하면서 지재권 기획수사와 온라인단속을 펴 공정한 경쟁 질서를 이끌고 있다. 그는 “상표브로커 피해대책 마련과 시행으로 브로커들의 출원상표 등록거절건수가 늘고 선의의 상표사용자들 피해도 막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재권 활용에도 탄력을 붙이고 있다. 지재권 담보대출창구를 정책금융기관에서 시중은행으로 넓혀 중소기업들도 특허권 등으로 사업자금을 빌릴 수 있게 했다.
중소·벤처기업이 지재권을 담보로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지식재산금융 활성화 예산 확보에도 힘썼다. 내년 예산안에 관련지원액을 235억원으로 잡아 올해(23억원)보다 1021% 늘린다. 지재권 담보대출 때 부실채권이 생기면 담보로 잡은 지재권을 사들이는 회수지원펀드 조성을 위해 모태조합 특허계정에 200억원을 출자한다.
◆현장소통, 지재권 외교 ‘활발’=김 청장은 ‘부드러운 설득 리더십’을 무기로 역대 특허청장 중 소통에 가장 적극적이란 평이다. 아랫사람들과는 물론 국내·외 현장소리를 국민 눈높이에서 듣는다. 올 들어 간담회를 32회(월평균 3~4회) 가졌고 힘닿는 대로 도와주려고 애썼다. 수출기업간담회 때 “외국출원지원을 늘려 달라”고 하자 해외출원지원사업 예산을 지난해 51억4000만원에서 65억6000만원으로 늘렸다.
예비창업자들 재정고충도 덜어줬다. 사업자등록을 않은 개인도 국내·외 지재권 출원지원 대상에 넣고 지원한도액을 10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늘렸다.
김 청장은 지식재산 존중문화가 자리 잡도록 최근 ‘3무3통 지식재산 소통콘서트’에 참가, 눈길을 모았다. 3무3통이란 지식재산보호 걸림돌인 3無(위조상품 유통, 영업비밀기술 유출, 아이디어 빼앗기), 3通(수요자, 생산자, 유관기관이 주제에 대한 의견 공유)을 말한다.
그는 국민과 기업에 실질적 도움이 될 지재권분야 국제협력에도 발걸음을 넓혔다. 중동지역에 우리나라 지재권 행정과 시스템을 알려 ‘IP 행정한류’ 확산성과를 거뒀다.
올 2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지재권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 6월부터 특허심사대행서비스에 들어갔다. 이어 특허심사시스템 수출 MOU도 체결, 우리나라 심사관(5명) 파견, 업무처리 대행(연 1000건)으로 돈을 벌고 있다. 공적개발원조(ODA)로 개발도상국들을 도와온 특허청이 돈을 받고 지재권업무를 해주긴 처음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엔 특허협력조약(PCT) 국제조사서비스를 하기로 해 중동지역의 PCT 국제조사시장 교두보도 놨다.
지난 6월 부산서 열린 특허선진 5개국(IP5) 회의 땐 의장으로서 역대 IP5회의 중 가장 많은 합의사항을 끌어냈다. 김 청장은 “심사관용 특허심사진행정보를 일반에 공개키로 하고 2016년까지 대민공개용 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라며 “IP5회의 때 합의된 3개 주제 중 우리 출원인들이 가장 불편을 겪는 선행기술기재요건 통일·간소화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특허청은 심사편의성과 전문성을 위해 국제지재권 논의에도 나서 내년부터 신규출원에 대해 유럽?미국의 최신특허분류체계(CPC)를 들여온다. 우리나라 심사결과를 활용, 다른 나라에 빠른 심사를 요청하는 특허심사하이웨이(PPH)도 22개국과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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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청장 약력>
▲1958년 경북 상주 출생 ▲1981년 경북대 행정학과 ▲1981년 행정고시 25회 ▲1983년 상공부 중소기업정책과 사무관 ▲1995년 세계무역담당관실 서기관 ▲1998년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정책학 석사) ▲1999년 무역투자실 구아협력과장 ▲2006년 특허청 고객서비스본부장 ▲2009년 산업재산정책국장 ▲2010년 지식경제부 통상협력정책관 ▲2011년 특허청 차장 ▲2013년 3월~(현재) 특허청장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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