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알렉산더 버시바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차장은 28일 "나토 회원국들은 남북 간 직접 대화가 6회담 절차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외교부가 28∼30일 개최하는 동북아평화협력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버시바우 사무차장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북한 핵을 둘러싼 상황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데자뷔'가 6년이 지나 돌아오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 러시아 미국 대사에 이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주한미국대사를 역임한 버시바우는 2012년 2월부터 나토 사무차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버시바우 차장은 "북핵은 나토가 직접 다루지는 않지만 늘 걱정하는 문제"라면서 "우리는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유엔의 여러 결의안을 준수할 것을 국제사회와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북아의 안정성을 진전시키는 유일한 길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멈추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시바우 차장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은 성명은 여전히 비핵화와 동북아에서 비핵화와 협력적 관계 형성을 위한 균형잡힌 틀을 대변한다"면서 "그것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 메커니즘에 대한 요청을 담고 있어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예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북한이 억류 미국인 1명을 석방한 것이 북한 정책변화의 신호냐'는 질문에는 그는 "희망을 담은 결론을 내기에는 시기상조"라면서 "근본 변화를 운위할 수는 없지만 차선책은 북한이 나머지 둘도 석방하고 대화로 복귀하는 것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나토의 경험이 한일 관계 개선에 시사하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버시바우 차장은 "대화와 협력은 미래를 내다보는 신뢰의 토대를 마련했다"면서 "과거 교훈은 잊지 말아야지만 전진하기 위한 열쇠는 역사분쟁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영구히 해결돼야 한다면서도 똑 떨어진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버시바우 차장은 "이것은 오래된 문제이고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큰 관심사인 줄 안다"면서"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나의 나토 직분으로서는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 지 자신있게 제안드릴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따른 유럽의 안보 불안과 동북아 상황의 연관성에 대한 질문에는 "직접 관계는 없지만 유엔헌장과 법치 등에 기반한 국제체제의 원칙 위반은 전세계 모든 이들의 우려 사항"이라면서 "국제 체제의 많은 기본 원칙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하는 것 때문에 의문에 부쳐지고 있지만 전염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대 러시아 제재 참여에 대해서는 버시바우 차장은 "그것은 한국 정부가 한 결정이며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과 상의해서 적절한 결정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버시바우 사무차장은 앞서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포럼 기조연설에서도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타 국가의 주권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럴 때가 될 때까지는 러시아는 자신이 고립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한 비판의 메시지를 내놨다.
버시바우 차장은 또 '부상하는 아시아가 대립하는 아시가 될 것이냐'는 물음에 "경제협력이 긴밀하고 무역거래량이 엄청나며 투자와 제조업이 활발한 동북아시아에는 정치와 안보측면에서는 그에 비견할 만한 것이 없는 '아시아 패러독스'는 1차 대전 시기와 비교할 수 있다"면서 "경제측면의 상호 의존이 반드시 평화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그 잠재적인 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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