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명 억류하는 한 파울씨 석방은 작은 움직임에 불과해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이 21일 미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 씨를 전격적으로 석방했지만, 당장 미·북 관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미국의 전직 고위관리들이 입을 모았다.
북한 측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거듭된 요청을 고려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특별조치로 파울씨를 풀어줬다고 밝혔지만 전직 미국 고위 관리들은 미국인 두 명이 여전히 북한에 억류돼 있는데다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진정성도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며 미북 관계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23일 미국의 소리방송(VOA)에 따르면, 조셉 디트라니 전 미 국가정보국 (DNI) 산하 국가비확산센터 소장은 북한이 이달 초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일행을 한국에 보내 고위급 대화를 가진 데서 멈추지 않고 미국에도 적극 손을 내밀고 있다고 분석하고 김정은의 직접 결단이라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디트라니 전 소장은 북한이 미국인을 인질로 붙잡고 있다가 평양에 파견된 미국의 고위급 인사에게 넘겨주는 형식을 취하지 않은 것도 긍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도 김정은 제1위원장이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여 직접 인도주의적 조치를 지시하는 형식을 취했다는 데 의미를 뒀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른 나라들로부터 에너지와 식량을 제공받기 위해 미국과 협상을 재개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그는 분석했다.
그러나 이들은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당장 북한과 직접 협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해까지 미 국무부 비확산, 군축 담당 특보를 지내면서 대북제재를 담당한 로버트 아인혼은 "미국 정부는 아직도 북한에 억류돼 있는 케네스 배씨와 매튜 토드 밀러씨의 석방을 위해 북한을 계속 압박할 것이기 때문에, 당장 미·북 관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주장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북한이 나머지 두 미국인을 계속 억류하는 한 파울씨 석방은 작은 움직임에 불과할 뿐이며, 북한의 의도 역시 분명하게 파악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도 파울 씨의 석방을 계기로 미·북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은 북한이 고위급 미국 인사의 방북이 없었는데도 전격으로 파울 씨를 석방했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큰 변화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디트라니 전 미국가비확산센터 소장은 미국이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언제나 북한과의 의미 있는 대화에 관심이 있었고, 그런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는 만큼 뉴욕 채널이나 제3국을 통해 미국과 북한이 탐색전 차원에서 모든 현안들을 다루는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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