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이탈 가속화·정부 통제 안먹혀·통계 조작 시비까지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아르헨티나 경제가 끝 모를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기술적 디폴트(국가 부도) 사태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아르헨티나 경제의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최근 분석했다.
사상 최고치의 환율, 30%에 이르는 물가상승률, 기준금리 27%, 8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외환보유액. 아르헨티나 경제의 현주소다.
디폴트 사태 이후 아르헨티나 정부는 자본통제 수위를 높였다. 빠져나가는 달러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역효과만 낳고 있다.
월 1000달러(약 106만원) 이상 버는 아르헨티나 국민은 월 소득의 20%까지만 달러로 바꿀 수 있다. 달러 사재기를 막기 위한 정부의 조치다. 그 덕에 '블루 달러'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암달러 시장의 규모는 더 커졌다.
달러 값은 계속 뛰고 있다. 현재 아르헨티나 암시장에서 1달러를 사려면 16페소나 내야 한다. 페소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공식 외환시장 환율은 달러당 8.5페소다.
달러가 부족하니 해외에서 물건을 사오기란 어렵다. 이는 수입물가 급등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 올해 아르헨티나의 물가 상승률은 4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라틴아메리카경제연구재단(FERLA)에 따르면 지난 8월 아르헨티나의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9.7% 줄었다. 같은 기간 민간투자도 3.5% 위축됐다.
컨설팅업체 메르세르가 아르헨티나 기업 165개를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33%는 구조조정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18%는 근로자 조기퇴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기업의 수익 감소가 대량 해고로 이어지면서 물가 급등으로 고통 받는 국민은 2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졌다.
부족한 달러를 벌어들이려면 수출이 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다. 아르헨티나의 주요 교역국인 브라질 경제는 침체 국면에 있다. 아르헨티나의 주요 수출품인 밀과 대두 가격은 최근 3개월 사이 각각 30% 넘게 폭락했다. 농민은 수확한 곡물을 내다 팔지 않고 있다. 페소화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내놓은 통계를 믿지 않는다. 정부 통계기관인 국립통계센서스연구소(INDEC)는 올해 2·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 연구소 이콘뷰스는 2분기 성장률이 0.4% 줄었다고 보고했다. INDEC가 2006년부터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되면서 각종 통계조작 설이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1월 취임한 후안 카를로스 파브레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가 정부와 갈등을 빚다 최근 사임했다. 파브레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중도파'로 분류되는 금융통이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측근인 알레한드로 바놀리 전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신임 총재 자리에 올랐다. 바놀리 신임 총재가 정부 정책과 공조를 맞출 가능성은 높아졌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아르헨티나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더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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