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공공기관들이 재무안정성·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복리후생비를 큰 폭으로 늘리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해왔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이를 견제 감시할 주무부서와 이사회 등은 감시 책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7일 공개한 공공기관 경영관리 및 감독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공공기관은 정부가 권고한 인건비 인상률 기준을 초과하여 임금을 과다 인상하거나 사업비 등 예산집행 잔액을 이사회 승인 등을 거치지 않은 채 인건비로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에는 320건(총 1조2000억원)의 사례가 적발됐다.
재무안전성과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을 비롯한 공공기관 20곳의 1인당 보수를 꾸준히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6520만원이던 공공기관의 평균급여는 지난해 7425만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복리후생비 역시 지난 5년 평균치가 2597만원이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공공기관의 경영실태 역시 수익성이 악화되는 와중에도 적은 근무시간, 높은 직업 안정성, 높은 보수를 누려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임금은 평균 8902만원으로 4대 시중은행 평균(7902만원)보다 12.6% 높았으며 한국거래소는 평균급여가 1억1298만원으로 민간증권회사 평균(6770만원)보다 66.9%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 공공기관에서 국내와 해외 사업을 하면서 사업경제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투자하여 회사에 손해를 초래하거나 예산을 낭비한 사례가 드러났다. 17개 공공기관에서 이 같은 이유로 10조원가량 손실을 봤다.
주무부처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위 등은 경영평가를 부실하게 수행했을 뿐 아니라 기타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경영평가 결과와 예산·성과급 등을 연계하지 않아 경영평가의 실효성을 떨어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의 1차적 책임으로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책임의식 결여, 견제기능이 미흡한 점을 들었다. 경영진이 불합리한 관행을 개혁하기보다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이면합의를 통해 불법·편법을 노사 상호간에 묵인했다는 것이다.
가령 산업기술진흥원의 경우 2013년 1월 68명을 승진인사하면서 발령일은 2012년 3월로 하기로 노사와 합의했다. 그 결과 10개월 만큼의 승진이 소급 적용되어 인건비가 지급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외사업을 위해 UAE에 215명을 파견한 한전의 경우 근무여건 개선을 이유로 해외 수당을 타 공기업에 비해 2배 이상 올려놓고도 신규사업이라는 이유를 들어 총 인건비 산정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경영진을 감시해야 하는 이사회는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LH공사의 경우 공사법에 따르면 토지취득·개발 등 주사업이 회사의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커 이사회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하지만 내부 직원으로 구성된 경영투자심사위원회만 거치면 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감사원이 이번에 감사에 나선 곳은 철도공사, 가스공사, 석유공사, 토지주택공사, 수자원공사, 도로공사, 관광공사, 방송광고진흥공사, 광물자원공사, 석탄공사, 한국전력 및 6개 발전자회사, 지역난방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대한주택보증 등 공공기관 20곳과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무역보험공사, 한국은행,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중소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산업은행, 한국거래소 등 13개 금융공공기관 기재부, 금융위 등 감독처 2곳 등 총 35곳이다. 감사원은 이들 기관에 대해 공공기관감사국 등 4개국, 196명의 감사인력을 동원해 올해 2월24일부터 6월27일까지 감사에 나섰다. 그밖에 서면자료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비위혐의가 있는 22개 기관은 원포인트(One-Point) 감사를 실시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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