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싼 설비 사온 기업에 인센티브 방안 검토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엔화 가치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경환 경제팀이 엔저 대응방안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기업에 엔저를 활용한 설비투자에 나설 것을 주문하는 한편 세제·금융 혜택을 지원하기로 했다.
1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엔화약세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엔저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수출과 성장이 위축되고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고려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우선 정부는 엔화 약세 상황에서 가격이 낮아진 일본의 기계나 장치, 공장 설비 등 고정자본을 수입해 설비투자에 나서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는 관세 감면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며, 산업부는 기업에 시설재 수입 정보를 제공해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는 외국환평형기금을 활용한 저금리 외화대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외평기금을 활용해 외화대출제도를 운영하면서 지원한도를 최소 100억달러에서 150억달러로 늘린 바 있다. 이 밖에 환 변동에 취약한 수출 중소기업에 정책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등 환 위험 관리 지원책은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부의 대응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상의 전환'을 강조한 것이 반영됐다. 전날 최 부총리는 기업인 40명과 오찬 간담회에서 “엔저로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를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을 각 기업이 강구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엔저는 설비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내년에는 엔저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 회장은 “내년 중반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는 미국 금리인상은 엔화 하락을 더욱 가속화시켜 내년 100엔당 환율이 800원대 중반까지 하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기업에 투자를 독려하는 배경에는 경상수지 흑자도 한몫을 했다. 경상수지는 지난달까지 30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 내수 부진형 흑자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