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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칼럼]정치인이 경제를 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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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칼럼]정치인이 경제를 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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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게, 때로는 정색을 하고 나를 불러 세운다. 정신차려. 넘어가면 안 돼. 언제 돌아서 뒤통수를 치거나, 발목을 잡을지 모르잖아.


정치를 바라보는 경제의 속내다. 포퓰리즘, 허황한 공약에 경제는 상처투성이다. 요즘 국회는 또 어떤가. 경제를 대하는 정치의 행태는 이중적이다. 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하는 행동이 다르다. 국회의 힘이 커지면서 그런 성향은 더 짙어졌다.

경제를 만만하게 보다가는 크게 다친다. 마음먹고 받아치면 정치는 한 방에 나가떨어질 수 있다. 선거 때마다 경험하는 일이다. 어떤 뜨거운 이슈가 있어도 여론조사 첫 머리 민심은 늘 경제다. 물가, 일자리, 전월세, 세금…. 이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헛발질하면 정권도 정치인도 끝장난다.


경제를 앞장세워 가장 재미 본 정치인은 미국의 클린턴이 아닐까 싶다. 1992년 46세의 클린턴이 조롱 섞인 선거구호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로 걸프전의 영웅 (아버지) 부시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되자 세계의 많은 정치인들이 따라잡기에 나섰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경제대통령'에 'CEO(최고경영자)대통령'까지 나왔다.

클린턴이 경제를 일갈하기 훨씬 전 경제의 힘을 알아챈 정치인이 한국에 있었다. 김대중(DJ)이다. 1971년 대선에서 현직의 박정희와 맞붙었던 그는 선거기간 중에 '김대중씨의 대중(大衆)경제, 100문100답'이란 책을 냈다. DJ노믹스의 출발점이다. 1997년 대통령 당선 때까지 대중경제는 수정ㆍ진화를 거듭했다. 사민주의적 시각에 자유시장주의가 입혀졌다. 그 같은 변모가 '외환위기'와 조우한 것은 절묘하다.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복잡하고, 위험하고, 불투명하다. 단칼에 풀 수 있는 경제 문제는 없다. 공부한다고 답이 쉽게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큰 뜻을 품은 정치인이라면 경제를 알아야 한다. 경제는 정치인의 우열과 그가 꿈꾸는 미래의 성패를 가늠하는 시험지가 됐다. 선거공약의 9할은 경제다.


요즘 떠오르는 정가의 스타는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이다. 여론조사에서 대권후보 지지도 정상을 넘나든다. 잦아진 그의 경제 언행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실세 경제부총리 최경환과 맞장 뜨기를 불사한다.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에 직격탄을 날렸고 국가부채를 놓고도 설전을 벌였다. 전문성도 과시한다. 재정건전성을 따지며 '현금주의' '발생주의' 같은 난해한 경제용어를 술술 입에 올린다. 여당 대권 잠룡의 그런 모습을 호사가들이 지나칠 리 없다. 당장 언론이 그렇다. 대권을 의식한 행보다, 정부와 엇박자다, 비판을 위한 비판 아닌가….


경제에 열심인 정치인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대권 가도에 경제가 필수과목이 된 것은 필요한 일이고 당연한 현상이다. 뛰어난 경제안목을 가진 정치지도자가 나온다면 국민의 복 아닌가.


그래도 정치인이 미덥지 못한 것은 '나도 다 알아'식의 과시욕, 인기영합, 지지층만 보는 편향성 때문이다. 최저임금이나 버스요금을 달달 외운다고 경제통인가. 그런 것은 인터넷을 치면 몇 초 안에 나온다. 필요한 것은 통계치 내면의 의미를 읽어내는 내공이다.


언론 보도대로 일본 출산율을 모른다 해서 당 여성국장에게 "넌 자격이 없다"고 질타했다면 김 대표는 오버했다. 한국도 아닌 일본 출산율을 왜 외우고 있어야 하나. 통계는 움직이고, 출산율은 여럿이다. 그가 말했다는 한국 출산율 1.18%도 틀렸다. 2013년 한국 종합출산율은 1.190%다(통계청).


앞으로 대권 잠룡마다 고개를 들고 요란하게 경제를 말할 것이다. 명심할 것은 벼락치기 선거용 경제는 금세 본색이 탄로난다는 사실이다. 디테일의 과시는 촌스럽고 위험하다. 사소한 것에 왜 목숨을 거나. 귀를 활짝 열고 크게, 멀리 보는 능력이 지도자의 덕목이다.






박명훈 주필 pm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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