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vs 이주열 한은 총재…금리 인하 두고 설전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조정을 두고 날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최 부총리는 정책 효과를 위해 금리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이 총재는 금리보다 구조개혁이 중요하다고 맞받았다.
설전의 발단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던 호주 와인회동이었다.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지난 20일부터 양일간 호주 케언스에서 진행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했다. 최 부총리는 현지에서 같은 호텔을 이용했던 이 총재와 와인을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리의 '금'자도 얘기하지 않았지만 '척하면 척' 아니겠나"라며 정책의 공감대를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정책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표현으로 사실상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셈이다.
이 총재는 지난 24일 경제동향간담회 자리에서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했지만 사실 재정·통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받아쳤다. 정부가 금리를 두고 한은을 압박하기보다는 스스로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셈이다.
하루 뒤인 25일 최 부총리는 이 총재의 발언을 의식한 듯 "'구조개혁론자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구조개혁을) 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부총리가 된 이후 돈만 풀고 구조개혁은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데 저는 구조개혁에 방점을 두고 있다"면서 "수술을 하려면 환자가 어느 정도 체력을 갖춰야 하는데 지금은 이런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고 본질적으로 구조개혁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모처럼 (경제회복) 모멘텀이 조성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확고하고 확신을 가질 때까지는 정책이 일관성 있고 상호정책이 모순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나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금리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의 금리 인하 압박이다.
최 부총리가 반복적으로 금리 인하 압박을 하는 까닭은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최 부총리는 취임 이후 41조원 규모의 금융·정책 패키지를 발표했고 최근 내놓은 2015년 예산안에서는 33조원의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올해보다 20조원 이상 늘어난 확장적인 예산을 편성했다. 이에 더해 한은이 금리를 낮춘다면 시장에 돈을 푸는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한은은 지난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2.5%에서 2.25%로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9월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유지했다.
한은은 최 부총리의 공개적인 금리인하 압박이 마뜩잖은 분위기다. 금리 결정은 한은의 고유영역인데 부총리가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한은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입지를 좁게 만드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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