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기업인 사면과 관련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은 대기업 총수를 비롯한 기업인의 가석방 등이 투자활성화와 경제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 이어 경제부총리까지 잇달아 기업인 사면에 대한 필요성을 시사함에 따라, 향후 박근혜정부의 비리 기업인에 대한 정책기조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을 찾은 자리에서 "기업인이라고 원칙에 어긋나게 지나치게 엄하게 법집행을 하는 것은 '경제살리기'라는 관점에서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황 장관의 기업인 사면 발언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후 비리 기업인에 대해 철저히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왔고, 올 1월 실시한 특별사면에서도 기업인,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에 대한 사면은 포함하지 않았다. 줄곧 견지해 온 기업인에 대한 엄벌 의지가 꺾였다는 해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발언시점 또한 주목된다. 새 경제팀이 재정적자를 각오하고서라도 경기활성화를 위한 마중물로 쏟겠다며 슈퍼예산을 편성한 직후다. 이는 그만큼 정부의 경제회복 의지가 강하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최 부총리는 "투자 부진이 우려스러운 상황이고, 투자 회복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를 총괄하는 부총리 입장에서는 투자가 활성화 되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부분이 중요하다"며 "주요 기업인들이 계속해서 구속 상태에 있으면 아무래도 투자 결정을 하는데 지장을 받기 때문에 (황 장관의 발언에)공감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장관 역시 가석방 요건과 관련해 "불법수익은 모두 환원하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살리기에 공헌해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는 경제활성화에 대한 전제를 달았다.
재계에서 1순위로 거론되는 인물은 최태원 SK 회장이다.
2017년 1월까지 교도소에서 살아야 하는 최 회장은 지난 23일로 수감 600일을 맞았다. 지난해 1월 31일 법정 구속된 최 회장의 수감 기록은 대기업 회장 중 최장 기록이다. 가석방 요건인 형기 3분의 1도 이미 채웠다.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항소를 준비 중인 윤석금 웅진 회장, 2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이재현 CJ 회장, 변론공판이 진행 중인 조석래 효성 회장, 이호준 태광 회장, 이 회장의 모친 이선애 태광그룹 전 상무 등도 조심스레 언급된다.
해당 기업들은 그간 총수의 공백으로 인해 중장기적 투자 결정이나 전략적 방향 등을 결정하는데 타격이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동시에 일자리 창출과 경제살리기에 대한 의지를 표해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언론에 기업인 선처론을 흘린 뒤 국민 여론을 살펴 사면여부를 결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평소에도 전적으로 그런 식의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황 장관의 의견에 공감한다고 말한 것"이라면서 "정부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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