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지난 2005년 가스누출 사고로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했던 인천 송도 LNG(액화천연가스) 생산기지가 이번엔 증설 문제로 또다시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지역정치권은 물론 기지를 관내에 둔 연수구까지 나서 더이상의 증설은 안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위험시설인 LNG 저장탱크가 현재만도 20기가 운영중인데 2018년까지 20만㎘ 규모의 LNG 저장탱크 3기를 늘린다고 하니 지역사회 반발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2013년도 기준으로 LNG 인천기지가 인천시와 서울·경기도에 송출하는 가스양은 각각 881만6000톤(62.7%)과 525만5000톤(37.7%)으로 수도권 주민들이 함께 LNG 가스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혜택은 나누고 있지만 위험부담은 LNG 생산기지가 있는 인천시민이 안고 있다는 것이 민-관 할 것 없이 불만이 극대화되는 이유이다.
이런 시설은 비단 LNG 생산기지 뿐만이 아니다. “인천이 봉이냐”는 시민들의 볼멘소리를 피해의식쯤으로 치부할 수 없을만큼 인천에 위험·기피시설이 산재해있다. 영흥도의 화력발전소, 수도권쓰레기매립지는 물론 최근엔 SK인천석유화학의 파라자일렌(PX) 생산 공장까지 증설되면서 지역사회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흥화력발전소는 오는 12월 6호기 준공에 이어 7·8호기 건설이 추진중이나 석탄연료 대신 청정연료 사용을 주장하는 영흥도 일부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발에 부딪쳐있다. 영흥화력발전소는 수도권에 있는 유일한 대용량 유연탄 발전소로 수도권 전력수요의 25%를 담당하고 있다. 이 역시 위험시설에다 대기질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인천시민의 희생이 감수된 결과물이다.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쓰레기매립지는 또 어떠한가?. 인천시민은 지역에 쓰레기매립지가 있다는 이유로 20년 넘게 악취와 비산먼지, 소음공해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2016년이면 매립을 종료한다는 약속은 사실상 물 건너 간 듯 쓰레기 반입량의 48%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는 매립지 사용기한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자체 대체매립지를 찾거나 소각장 신·증설 방안은 없이 기왕 만들어진 매립장이니 인천시민이 좀더 희생하라는 식이다.
지금 인천시민은 에너지·전력·쓰레기 등 대규모 기피시설이 있어야 할 곳이 ‘왜 인천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다. 더 나아가, 국가정책이며 꼭 필요한 공공재이니 어느 지역에서든 희생이 필요하다고해서 정부와 정치권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에 따라가야만 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의 도리인지를 우리 사회에 묻고 있다.
인천의 시민단체는 “우리사회의 주요 화두인 ‘안전’과 ‘행복’을 위협하는 현안이 인천에 줄지어 있지만 지역주민의 의사는 무시되고 안전대책 등은 검증된 바 없이 중앙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인천시 역시 아시안게임을 치르고나면 그동안 묻혀있던 이같은 지역현안들이 수면위로 떠올라 중앙정부와 본격적인 갈등을 빚게 될 것에 긴장하고 있다.
특히 유정복 시장은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송도 LNG 생산기지 증설안을 조건부 가결한 것에 대해 비난을 받고 있는 터라,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 시험대에 올라있다. 인천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인천시의 수장으로서 정부정책에 맞서 ‘더이상 인천에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지 그를 지켜보는 눈이 많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