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진정되지 않으면 내년에 하룻에만 2만6000명 감염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에볼라 사태 확산에서 올 12월과 내년 1월이 중대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 12월 에볼라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내년에는 하룻 동안만 2만6000여명이 감염되는 등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볼라 사태가 확산될 것이냐, 진정될 것이냐는 전적으로 국제적 대처 능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이런 상식적 판단조차 세계보건기구(WHO)는 무시했고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서 에볼라 사태는 더 확산되고 말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3일(현지 시간)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아 관심을 모았다. 최악의 경우 내년 1월20일쯤에 감염자가 140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충격적 내용을 담고 있다. CDC는 세 개의 분석 그래프를 통해 에볼라가 진정될 것인지, 아니면 확산될 것인지에 대한 경고를 내보냈다. CDC가 내놓은 시나리오는 세 개이다.
첫째 가장 최소한의 인명피해를 보여주는 시나리오이다. 국제 공조와 세계적 에볼라 사태 연합전선이 굳건히 형성되면서 9월23일부터 적극 뛰어든다는 전제조건을 깔았다. 이 시나리오는 올해 12월을 정점으로 감염자가 줄어들 것으로 봤다. 둘째는 이 시기를 놓쳤을 때의 경우이다. 10월23일부터 국제적 대처를 전제로 내놓은 모델인데 내년 1월에 하루 감염자 1만646명을 정점으로 이후 진정될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최악의 상황을 담고 있는 세 번째 시나리오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시나리오 모두 실패한다면 내년에 에볼라 감염자는 하루에 2만5847명이 발병하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프가 수직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내년 1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가 140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CDC의 모델이 현실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태는 WHO의 늑장 대처와 무관하지 않다. WHO는 에볼라가 발병된 지 6개월이나 지난 뒤에서야 꾸역꾸역 대처에 나섰다. 제약업체들이 WHO를 찾아 백신의 필요성을 언급했는데도 WHO는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말말 되풀이했다. 대수롭지 않게 판단했다는 것이다.
뒤늦게 에볼라 통제 노력이 투입된다 하더라도 전염 속도를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지적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CDC의 한 관계자는 "에볼라 사태에 대한 국제 노력과 공조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소중한 생명은 계속 사라지고 사망자는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지난해 12월 기니에서 시작됐다. 지금까지 5843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WHO의 최근 통계를 보면 이 중 2803명이 사망했다. 전염학자들은 WHO 통계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판단한다. 누락된 숫자가 더 많다는 것이다. 실제 이보다 훨씬 많은 2~3배의 감염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염병 전문가들은 "앞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가 어떻게 확산될 것인지, 어느 정도의 규모가 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며 "이에 따라 의료진들이 얼마나 필요하고 병원 규모는 어느 정도 구축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상황으로 에볼라 사태가 확산된다면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에서만 내년 1월20일쯤에 55만명의 감염자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전체의 40% 정도만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실제 140만명에 이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노르웨이의 프레벤(Preben Aavitsland) 전염학자는 "에볼라에 대한 공격적 대처와 적극적 관리를 통해 치사율을 절반 밑으로 떨어트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에볼라 감염자가 늘어날수록 의료진은 물론 병원과 병상수를 갖추는 등 인프라 구축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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